[김현아] 청년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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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청년절 제정 30돌을 맞으며 북한에서는 1만여 명의 대표들이 참가하는 경축 행사를 여는 등 이날을 크게 기념했습니다. 신문 방송들에서는 수령의 청년중시사상과 정치에 대해 자찬하면서 특히 전후복구 건설시기와 천리마운동 시기 청년들의 활동과 업적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언급한 것처럼 전후복구 건설시기와 천리마운동 시기 청년들은 자기 개인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공장과 농촌, 탄광과 광산, 도시와 발전소 건설장, 풍랑 사나운 바다 등 나라의 모든 곳에서 조국과 집단을 위하여 자기의 힘과 지혜를 깡그리 바쳤습니다. 당시 청년들은 열심히 일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주의, 더 좋은 미래가 오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반세기 넘게 지난 오늘 세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남한과 일본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과 러시아도 말그대로 천지개벽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때보다 별로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평양에 현대적 건물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휴대폰, 텔레비전, 컴퓨터 등 최신 전자제품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1960년대보다 못한 것이 많습니다. 1960년대에는 전기도 끊기지 않았고 식수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적이지는 못했지만 살만한 주택도 있었고 땔감과 먹을 것도 지금처럼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남한에서도 1960년대와 1970년대 청년들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와 공장에서 힘들게 일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닦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수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남한의 남녀청년들은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집에 보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청년들도 많습니다. 그 결과 오늘 남한은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다 같이 고생했지만 이렇게 판이한 결과가 나온 것은 서로 다른 체제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남한에 정착된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에 의해 마련된 것입니다. 특히 북한에서도 찬양하는 4.19 인민봉기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선두에는 청년들이 서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청년들은 지금까지 당과 수령이 하라는 대로 움직였을 뿐 스스로 판단하고 체제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은 새 것에 민감하고 정의를 위해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는 시기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청년들을 가장 두려워했고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부르주아사상문화적 침투를 막는다는 구실 하에 청년들의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 김정은정권이 들어 선 이후 북한지도부의 통제 수위는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9월에 열리게 될 최고 인민회의에서 채택하게 될 청년교양보장법도 이러한 정책의 연장입니다. 다른 나라 청년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국내는 물론 국경을 넘어 교류하면서 더 살기 좋은 세계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지만 북한청년들은 이 흐름에 끼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청년들이 나라와 민족을 초월하여 같은 책, 같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북한청년들은 다른 나라 드라마와 영화를 보았다고 하여 감옥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어려움의 원인을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책동 등 외부적 요인에서 찾았습니다. 그때로부터 반세기 넘게 흘렀으나 그 원인은 바뀌지 않고 있고 북한주민은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환경에서 사는 다른 국가들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을 제일 먼저 간파할 수 있는 세력은 청년들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힘도 청년들에게 있습니다. 오늘 북한 청년들의 역할은 결과가 뻔한 노역장에서가 아니라 새것을 배우고 제도를 바꾸는 데서 발휘되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