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 양강도 혜산시 당 위원장과 인민위원장, 안전부장이 가스 연쇄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인사하며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파괴된 살림집을 빨리 지어줄 것을 약속했고 위문금과 물자도 나누어주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9월 초 혜산시 탑성동의 국경경비대 초소장의 사택에서 보관 중이던 휘발유에 불이 붙었고, 불이 옆집으로 번지면서 가스통도 10여개가 터졌습니다. 하모니카 사택 한 동이 폭발로 다 날아가서 숯덩이가 되었고 인근 살림집도 불에 탔습니다. 특히 폭발 여파로 주민 6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화상을 입어 도 인민병원으로 후송된 30명 중 3명은 4일 아침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불이 진화될 때까지 1시간 반이 걸렸는데 소방차는 출동하지 못했습니다. 화재 후 혜산시 당국에서는 개인의 부주의로 생긴 사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가적 보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동사무소에서 지원물자를 모아서 쌀과 생활필수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도 간부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사과한 것은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에서 설사 간부들이 사과하고 싶다고 해도 지도자의 지시가 없이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도당간부들이 사과하게 함으로써 결국 이번 사건의 책임이 도당간부들에게 있다는 것이 강조되었고 김정은은 인민들이 입은 사고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인민적 지도자라는 것을 부각시켰습니다.
북한에서 간부들이 주민들 앞에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북한 신문과 방송에서는 2014년 평양시 평천구역에서 아파트가 붕괴했을 때 간부들이 주민들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한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뉴스로 내보내지는 않았지만 화폐개혁이 실패했을 때도 평양시 인민반장을 모아놓고 내각총리가 사과했고 화폐개혁의 실패 책임을 물어 박남기 재정부장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항간에서는 그가 죽기 전에 “화폐개혁을 나 혼자서 했냐?”라고 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물론 이번 사고의 직접적 책임은 도당 간부들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나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지도부에 있습니다. 이번에 불이 나게 된 직접적 동기는 집에 보관한 휘발유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누구나 휘발유를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주유소를 만들고 안전조치를 다 취한 상태에서 팔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주유소를 차릴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유소가 드물고 휘발유 값도 비쌉니다. 그러므로 개인들이 휘발유를 불법으로 유통하면 돈이 됩니다. 북한도 다른 나라처럼 개인들이 주유소를 만들고 기름을 팔도록 허용한다면 불법으로 휘발유 거래를 할 수 없을 것이고 위험한 휘발유를 집에 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혜산소방대가 가동하지 못한 원인도 국가에 있습니다. 소방대가 가동하지 못한 것은 차에 휘발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소방차에조차 휘발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소방대원들의 생계도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위에서는 아무것도 대주지 않으면서 소방대가 역할을 충실히 할 것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궁극적 책임을 휘발유를 집에 보관한 국경경비대 소대장과 제때에 대처하지 못한 안전부 소방과장, 소방대장에게 넘겼습니다.
모든 국가는 국가예산을 편성할 때 재난 예비자금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재정이 마비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물자는 있어도 재난 예비물자는 없습니다. 주민들은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보상한 자금과 물자도 주민들에게서 걷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궁극적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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