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화국 창건 73돌을 크게 기념했습니다. 노농 적위군, 사회안전군의 열병식, 청년학생 야회, 평양시민들의 군중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정은은 노력 혁신자, 공로자들을 초대해 야외에서 연회를 열고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각지에서 무도회, 예술인 공연을 비롯하여 기념행사도 열렸습니다. 북한의 신문 방송들은 9.9절 기념행사가 화려하게 진행된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전했습니다. “기념행사는 인민의 가슴을 격정으로 높뛰게 하고 있고 주민들은 길이길이 기억될 환희로운 경축의 밤을 보낸 감동에 젖어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열병식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군국주의, 전체주의 등을 떠올리게 하고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전체주의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 행사를 진행합니다. 열병식을 통해서 국가의 위력, 군대의 위력을 보여주어 주민들도 하여금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고 당과 정부에 충성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특히 군사력 과시는 외부세력뿐만 아니라 국가 내부의 저항세력에게 ‘국가에 반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열병식에서 보여준 군인들과 무기들이 너희들을 향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겨있습니다.
열병식은 비용을 요구합니다. 물론 북한에서는 열병식 참가자들을 무료로 동원시키기 때문에 다른 나라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물자가 요구되며 돈이 듭니다. 코로나 비루스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오늘,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가재정을 풀어 코로나로 생계에 타격을 받은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국가재정이 열악해서 이러한 정책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지도부가 당 창건일이 아닌 국가창립일 기념행사를 크게 벌인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당 창건 행사를 크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됩니다. 민주주의적 견지에서 보면 이는 북한에 정견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북한은 정상 국가를 지향하면서 국가주의를 강조하고 있고 국가창립일을 중요하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기간 국가 창립일 행사는 5주년, 10주년과 같은 정주년에만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주년도 아닌 73주년 행사를 크게 벌인 것은 민심을 얻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지도자들은 민심을 얻을 필요가 있을 때마다 행사를 크게 열었습니다. 김정일은 1974년 후계자로 선정되자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1975년 당 창건 30돌 기념행사를 북한 역사상 가장 크게 열고 참가자들에게 큼직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김정은도 처음 등장했을 때 민심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를 정주년도 아닌 때에 크게 조직했습니다. 그러나 소년단 창립 기념행사 규모는 해를 거듭하면서 줄어들었고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때문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지금 북한의 민심이 좋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근 연이은 수해피해, 지속되는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로 인해 고난의 행군 시기를 상기할 정도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쌀값은 국가가 그럭저럭 통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돈이 없어서 쌀을 사먹을 수 없습니다. 식용유, 밀가루, 설탕, 맛내기 등 수입식품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심지어 채소값까지 뛰어 올라 주민들은 하루 생계 유지를 걱정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국경을 개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배급도,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주민 동원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양에서 화려하게 열린 경축행사가 과연 민심을 잡는데 얼마나 기여하겠는지 의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