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제2의 박왕자 사건

0:00 / 0:00

북한이 23일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남한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소식에 남한주민들은 물론 세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5일에야 통일전선부의 명의로 사격을 한 것을 인정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미안하다는 전문을 보내왔습니다. 북한은 전문에서 사건의 책임을 사망자에게 돌렸습니다. 물에 떠있는 그를 발견하고 접근했을 때 자신의 신상에 대해 제대로 말도 못했고 도망치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사격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북한이 남한주민을 사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북한은 관광지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금강산을 관광하러 온 관광객인 박왕자 씨를 총으로 쏘아 사망케 했고 이에 대해 공동조사를 하자는 남측의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아 금강산관광이 중지되었습니다.

지난시기 북한주민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남한 영내로 들어온 사건이 수많이 발생했지만 남한군의 사격으로 사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만 사격사건이 발생한 것은 주민에 대한 사격이 남한주민의 과실이나 북한 경비병들의 과잉대응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7년 당시 금강산 관광객을 총으로 쏜 것은 신입 병사였습니다. 그가 남한주민을 사격하게 된 것은 관광지를 벗어난 남한주민을 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지도부는 주민들 특히 군인들 속에서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적대의식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왔으며 최근에 와서 이러한 교양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코로나 방지를 구실로 국경에 접근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격한다는 포고문을 발포했습니다. 그리고 실지로 국경지역에 접근한 북한주민을 사격했다는 보도가 여러 건 나왔습니다. 북한 병사들은 위에서 자기 주민도 총으로 쏘라고 지시했는데 하물며 적이라고 생각하는 남한주민이 자기 영해에 들어왔으니 사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 전문에서 슬픔에 잠겨있을 가족에게 위로의 말조차 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최근 간부들에게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을 가질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으면서 정권유지 때문에 관심이 있는 척 할 뿐입니다. 북한지도부에 있어서 일반주민들은 권력유지의 도구일 뿐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북한지도부가 남한주민의 생사에 관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번에 남한주민을 사살할 데 대한 최종 명령을 내린 것은 배의 정장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분초를 다루는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일개 배의 정장이 그러한 결심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배의 정장에게 넘긴 것은 북한지도부도 사민을 총으로 쏘라고 명령한 것이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기는 작년에 북한지도부는 미국학생인 웜비어를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통지문에서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북한이 잘못한 것은 사민을 사격해서 사망하게 한 행위가 아니라 단속과정을 기록하지 못해 오해를 받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남한은 북한이 사망한 후 실종되었다고 한 남한주민의 시신을 찾기 위해 함정 39척 항공기 6대를 투입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편 남한정부는 이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할 것을 북한에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시신은 찾으면 넘기겠으니 영해를 침입하지 말라고 하면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남한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제2의 박왕자사건이라 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의 남한에 대한 적대의식과 인간의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 제3, 제4의 박왕자 사건이 계속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