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진실과 마주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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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21일 "남조선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군부의 취약성은 지금 남조선 인민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어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기사는 올해 1∼6월 한국군 내 사망사고 48건, 1∼9월 성추행을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여군 5명, 최근 4년 탈영 518건 등 국감에서 나왔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이를 비난했습니다. 특히 "군부 내 인권센터가 접수한 신고 수는 26건이지만 민간단체 군인권센터가 접수한 신고 수는 451건"이라며 "남조선 군 장병들의 군부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조선 인민들은 ‘갈데없는 오합지졸 무리’, ‘군의 전투력은 종이호랑이도 못되는 종이고양이’, ‘내 자식들을 군대에 내보내기가 두렵다’ 등 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남한은 국회와 정부의 권한이 분리되어 있어 해마다 국회에서는 정부의 활동 정형에 대해 조사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묻는 활동을 하는데 이를 ‘국정감사’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회활동 과정은 TV로 공개 방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회나 정부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번에도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을 보면서 주민들의 비판여론이 강화되었고 국방부 간부들은 이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남한사람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갈라졌습니다. 하나는 “남한 군대가 북한한테 비난 받을 정도로 기강이 정말 약해졌다”는 자책의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너희는? 뭣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등 제 코나 씻으라”는 비난의 목소리였습니다.

사실 북한이 남한 군대를 비난할 처지는 아닙니다. 남한군내에서 사망 사고나 탈영자 숫자는 남한의 시각에서는 매우 많은 것이지만 북한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북한에서는 올해만 해도 코로나로 격리시킨 군인들을 잘 돌보지 않아 2군단에서만 45명이 사망해서 현재 전군에 대한 후방 공급 상태와 영양 실태를 조사하는 중입니다. 올해에 탈북자 중에서 군에서 복무했던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의하면 27명이 군복무기간 중 동료의 사망을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사망사고 원인은 작업 중 사고(16건), 안전사고(11건), 훈련 중 사고(8건), 가혹행위 및 싸움 관련 사고(8건) 순이었습니다. 30명 중 8명이 군 복무기간에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과거 민간에서 있었던 것보다는 드물다고 공통으로 증언했습니다. 북한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도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타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사람은 단 1명뿐이었고, 80%는 구타가 군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사를 쓴 것은 북한 기자가 북한군의 실상이나 남한의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한에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 북한군의 실상이 수시로 인터넷이나 방송에 뜨기 때문에 남한주민들은 북한사람 못지 않게 북한군의 실상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북한군의 실태에 대한 통계를 알고 있었더라면 이러한 기사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은 당과 국가, 군대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이나 통계를 기자들에게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외부정보에 접속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물론 기자들도 남한은 물론 북한의 상황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기자나 주민이나 그저 북한지도부가 허락한 소식만 듣고 허락한 말만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국가의 정책에 대해 찬양만 할 뿐 그에 대해 논의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국가로 남아있는 중요한 이유는 주민들에게 현실을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지도부는 북한 자료가 공개되는 것이 두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