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군량미 수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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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농촌 곳곳에서 군량미로 인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군량미는 군인들이 먹을 식량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군인들이 먹을 식량을 비롯하여 월급, 군복 등 모든 것을 국방비 지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국가가 농장에 군량미를 할당해주고 군인들이 직접 현지에 가서 식량을 받아가도록 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올해 북한의 곡창지대인 서해안의 황해북도, 황해남도, 평안남도와 동해안 지역인 강원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북한의 대부분 지역이 수해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비료를 제때에 충분히 주지 못한데다 수해피해까지 겹쳐 올해 알곡생산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농사가 안되어도 북한 농촌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농장원들의 식량은 충분히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농사는 농민들이 지었지만 그에 대한 처리권은 국가에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알곡의 대부분을 수매라는 명목으로 회수해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포전 담당제를 실시하면서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그만큼 본인에게 차례지는 몫도 많아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농사를 지어놓고 보니 농장원들에게 차례지는 몫은 매우 적었습니다. 국가가 계획량을 정해놓고 그해 농사작황과는 관계없이 높이 설정한 계획량을 기준으로 국가에 알곡을 바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농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거의 없으므로 농사를 지으려면 농장에서 자체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농민들은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고리대로 돈을 꿔서 농사에 필요한 자재와 비료, 연유 등을 사서 써야 합니다. 그러다나니 비료도 충분히 주지 못하고 김도 잘 잡지 못해 알곡생산고는 별로 높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날씨라도 잘 맞춰주어서 농사가 잘되면 농장원들에게 차례지는 몫이 조금 생기지만 금년처럼 농사가 안된 해에는 생산한 알곡을 다 바쳐도 국가수매계획조차 하기 힘듭니다.

국가수매에서 최우선은 군량미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벌써 포전에는 군량미를 가져가겠다고 군인들이 지켜서 있습니다. 나라에서 내라는 군량미를 다 바치고 나면 다음해 굶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데 위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덮어놓고 내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이런 사정을 위에 제기해도 묵묵부답입니다. 오히려 제때에 군량미를 바치지 않는 사람들을 반국가적 범죄자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풍요한 가을이지만 농장원들의 근심은 태산 같습니다.

최근 북한지도부는 간부들에게 인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수해를 입은 지역에 직접 나가 피해정형을 요해하고 새집을 지어주라고 지시를 하는 모습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널리 보도되었습니다. 이번에 당 창건 75돌 기념행사에서 한 연설의 기본 내용도 인민이었습니다. 인민들의 생활상 어려움에 가슴 아파 눈물까지 흘리면서 인민을 위해 더 헌신하겠다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농민들에게 새집을 지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먹고 살 식량은 더 필요합니다. 지금 농민들은 군량미 때문에 농량마련마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금년처럼 피해가 심한 상황에서는 군인들의 식량을 농민들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합니다. 북한의 병력은 100만여 명이라고 하니 군인들을 위해 소요되는 식량은 30만 톤 정도입니다. 금년에 북한은 중국에서 60만 톤의 식량지원을 받았습니다. 그것이면 농장에서 강제로 군량미를 징수하지 않아도 군인들을 충분히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정부는 군량미를 더 걷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수해피해지역 주민생활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올해 농장에서 걷으려고 계획한 군량미 양부터 조정해야 합니다. 현지에 내려가 실정을 구체적으로 요해하고 실제 수확량에 기초하여 국가에 바치는 양을 정해야 하며 피해를 많이 입어 1년 식량조차 생산하지 못한 농장에 대해서는 군량미를 걷지 말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재난지역에서 농량조차 남기지 않고 식량을 걷어가는 것은 식민지통치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가혹한 주민수탈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