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핵자랑의 속내

2023년 새해를 맞아 각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태양상을 찾아 북한 주민들과 인민군장병들, 청소년학생들이 경의를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각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태양상을 찾아 북한 주민들과 인민군장병들, 청소년학생들이 경의를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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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구의 곳곳에서 3년 만에 새해맞이 축제가 열렸습니다. 서울에서는 시민 6만여 명이 1일 0시 코로나 여파로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서울의 종각역 일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도 100만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사람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고 코로나와 그로 인한 경제적 불안이 극복되어 지구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간절히 소원했습니다.

북한 평양에서도 12월 31일 밤, 5월1일 경기장에서 10만여 명 평양시민들이 참가한 신년경축대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신년경축대공연이 아니라 1일 새벽 동해안에서 진행한 방사포탄 사격이었습니다. 북한 신문과 방송들은 12월 31일, 제2경제위원회가 당 중앙에 초대형 방사포를 증정하는 행사소식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여기에서 김정은은 초대형 방사포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 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으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새해 첫날에 그 성능 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다는 소식을 보도한 것입니다. 한편 북한은 12월 26일부터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회의를 소집하고 1년간 사업총화와 2023년 사업계획을 토의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첫째 안건은 국방력강화와 대적투쟁이었습니다. 김정은은 핵폭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주문했고 남한을 적으로 선포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빠르게 통합되고 있어 각국 정상들의 정치적 위상은 자국주민들 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의 영향도 크게 받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평화를 좋아하고 전쟁을 싫어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의 세계적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므로 호전적인 지도자들도 겉으로는 평화를 주장합니다. 지난시기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받기를 희망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새해 첫날부터 핵무기를 운운하고 포사격을 해서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작년에 경제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성적표는 좋지 않았습니다. 화성거리, 함경남도 연포 온실농장 건설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습니다. 총력을 다해 추진한 알곡생산량이 전해보다 더 줄었습니다.

사회주의강국 건설구호를 들었지만 북한당국의 치명적인 콤플렉스가 되고 있는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 -4.5%, 2021년 -0.1%로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1년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28:1로 2010년 20:1보다 더 벌어졌습니다. 남한으로 쏠리는 북한민심을 막는 방도는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남한만큼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외부소식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한편 핵·미사일 개발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화려한 대형행사들과 핵과 미사일 자랑은 북한의 강대성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지도부의 불안감이 더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국방력 강화정책은 체제유지를 위한 만능의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부자나라도 국방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면 약해집니다. 가난한 나라가 국방력에 돈을 퍼부으면 나라는 더욱 가난하게 되고 결국에는 국방력도 약화됩니다. 주민들의 초보적인 생존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조건에서 핵무기 자랑의 효과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북한지도부가 살아남자면 국가체제를 사회주의체제 아닌 민주주의체제로, 시장경제체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