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정면돌파전, 자력갱생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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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보내고 2020년 새해를 맞으며 북한지도부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나흘동안 개최하고 조성된 어려운 국면을 정면 돌파전으로 극복하고 진격로를 열어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정면돌파전의 방법은 자력갱생 입니다.

북한에서 자력갱생 구호의 기원은 매우 오랩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인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 북한은 중소분쟁으로 인해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지원이 끊일 위험이 존재하게 되자 주체수립을 더욱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경제에서 자력갱생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력갱생의 핵심은 남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의 힘으로 경제를 건설하자는 것입니다. 자체의 힘으로 경제를 건설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체의 힘으로 건설하기 위하여 자기의 자원과 자기의 기술, 자기의 노력을 최대한 동원한다는 구호 하에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적 연계를 부인하거나 그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시기 자력갱생의 본보기로 천리마 운동을 들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것처럼 천리마운동이 벌어지던 1950년대말 북한경제는 연간 30% 넘게 발전했습니다. 북한은 그 성과의 비결이 공칭능력을 타파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노동계급의 자력갱생의 정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속품을 망치로 두드려서 자동차와 트랙터를 만들고 기술을 혁신하여 압연기의 공칭능력을 타파하고 생산을 두 배로 올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비결은 주민들의 열성과 함께 외국의 원조로 인한 투자확대에 있었습니다. 북한은 당시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로부터 20억 루블이 넘는 원조를 받았습니다. 북한은 원조의 대부분을 경공업제품이 아니라 기계 설비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로 인해 경제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파괴되었지만 북한경제는 파괴가 없었던 전쟁전보다 훨씬 더 높은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국의 원조가 급감했고 거기에 국방 분야에서 자위노선을 내세우면서 군비까지 크게 늘리다 보니 북한경제는 점차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다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의 강조는 외부와의 경제적 연계를 단절했습니다. 결국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경제성장이 중지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부터는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세계에서 발전도상국가들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방도는 외자도입과 수출주도형경제성장이라는 것이 공인되고 있습니다. 과거 남한이 그 방법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고 오늘 중국이 그러한 방법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도 성장하자면 외부로부터 투자와 기술도입이 필요합니다. 북한 내에 있는 자금을 동원하고 북한의 기술과 노력으로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경제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투자와 기술도입이 보장되지 않은 조건에서 정면 돌파전은 주민들만 피곤하게 할 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는 2012년 4월 주민들에게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확고한 결심이라고 선언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2019년 전원회의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자고 했습니다. 즉 북한지도부는 인민생활향상을 포기하고 체제수호를 위한 핵을 선택했습니다. 주민들의 행복은 포기할 수 있어도 자신들의 권력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는 가능성 없는 자력갱생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아무리 치장해도 정면돌파전, 자력갱생은 인민대중의 생존이 아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구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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