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운 것은 핵과 함께 건설 분야에서의 성과였습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 신년경축대공연의 배경은 평양의 송화거리, 보통강 다락식 주택지구의 화려한 모습으로 가득 찼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평양에 현대적인 거리가 연이어 들어서면서 천지개벽했다는 찬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 외 지방 도시들의 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북한당국은 평양과 지방의 하늘땅 같은 차이가 자꾸 논의되니까 지방도 자체로 건설을 하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 도시들의 문제점은 아파트의 부족보다는 열악한 도시의 상하수도 시설입니다.
세계적으로 도시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도시화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91.8%, 남한은 81.4%, 중국도 61.4%가 도시에서 삽니다. 도시의 확장은 상수도와 하수도 보급능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자면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고 생활과정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발전된 나라 도시의 상하수도 보급률은 100%입니다.
북한의 도시화율은 62.4%로 중국보다도 더 높지만 상하수도 보급률은 매우 낮으며 점점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1980년대를 정점으로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중국에서 촬영한 북한 압록강주변 영상이 올라오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지역인 북한의 생생한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면의 내용은 대부분 혜산시 주민들이 추운 겨울에 얼음을 까고 물을 퍼서 이고 지고 가는 모습과 여성들이 얼음이 어는 찬물에 손을 담그고 빨래를 하는 모습입니다. 찬물 더운물이 하루 종일 나오는 도시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남한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시에서 상수도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하수도입니다. 북한에서 아파트를 제외한 단층주택은 하수도 시설이 거의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북한도시의 65%는 단층 주택이며 여기는 제대로 된 하수도시설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단층 주택 주민들은 모두 재래식 위생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하수도시설을 갖추어 재래식 위생실을 수세식으로 바꾸어 줄 대신 여기에서 인분을 퍼서 퇴비를 만들어 바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퇴비생산과제가 더 늘어나 세대 당 300kg, 공장·기업소의 노동자, 사무원은 500kg, 학생들은 200kg의 과제가 부과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겨울에 인분을 곡괭이로 까고 삽으로 퍼서 흙과 섞어 퇴비를 만들고 구르마(수레)로 적재장까지 나르는 원시적인 노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하수도관을 깔지 못할 상황이면 분뇨운반차로 해결할 수도 있는데 북한당국은 이를 만들지도 않고 수입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낙후한 상하수도 시설은 주민들의 생활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여 전염병을 유행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북한에 유행한 파라티푸스, 콜레라는 오염된 물을 먹어 발생한 것이고 각종 기생충병은 인분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퇴비로 냈기 때문에 채소가 오염되어 생긴 것입니다. 전염병이 유행하자 북한은 김정은이 가정상비약을 해주시에 보냈다는 것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근원을 없애기 위해 상하수도망을 정비하는 대책을 취했다는 보도는 없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최근 당중앙 전원회의에서 올해를 인민생활개선에서 관건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했지만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집집마다 24시간 수돗물이 나오고 수세식 위생실이 갖추어진다면 주민들은 정말 인민생활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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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