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카자흐스탄에서 반정부시위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월 2일 석유산업 도시인 자나오젠에서 시작된 시위는 카자흐스탄 전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1991년 독립국가 출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합니다.
시위가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가스의 가격이 2배로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2020년 세계경제의 영향으로 생필품과 식료품의 가격이 급등하여 가뜩이나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값이 싼 가스의 가격이 2배로 오르자 카자흐스탄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비민주 독재적인 정치체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온 것도 있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1991년 이전, 소련의 공산당 서기였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6회나 당선되어 2019년까지 28년 동안 자리를 유지해왔고 이로 인해 독재와 선거 조작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9년 나자르바예프가 스스로 직을 내놓겠다고 해서 토카예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으나 나자르바예프는 여전히 안전보장회의 의장직과 당 지도자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위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10일 현재 시위는 러시아의 평화유지군 파견과 정부의 진압으로 끝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가스 가격을 인하했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모든 직무를 내려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옛 소련의 가맹공화국으로 북한 주민에게도 낯설지 않은 나라입니다. 카자흐스탄은 독립한 이후에, 풍부한 석유자원으로 경제가 고속성장을 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8천 달러가 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가격이 2배 오른 것을 이유로 시위가 폭발한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작년에 이어 새해 들어서면서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계속 폭등하고 있습니다. 식량은 국가에서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가격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지만 식용유, 콩, 술, 채소 등 모든 부식물의 가격이 작게는 2배 높게는 10배까지 올랐습니다. 공업품의 가격도 중국과 무역 차단이 지속되고 있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의약품이 부족하여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그에 대한 집단적 반발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해를 맞으며 수령의 위대성을 찬양하고 감사하는 행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설날에 수령의 동상을 찾아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증정하고 충성의 맹세를 다지는 대열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도시마다 수령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한 집회가 열리고 열띤 토론과 그를 지지하는 시위 행렬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김일성은 국가가 주는 것 없이 요구만 해도,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불평 없이 고분고분 충성을 바치는 북한주민을 두고 "우리 인민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인민"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대조적인 두 국가를 바라보면서 북한체제가 얼마나 인간에게 무서운 체제인지 다시금 놀랍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년’은 1949년에 창작된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오세아니아라는 가상의 국가에서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국의 작가가 그린 가상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오늘 북한의 현실과 비슷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을 세뇌하기 위해 방송과 신문을 통제하는 방식은 너무도 똑같아 소름이 돋습니다. 전체주의사회에서 살아보지 못한 작가가 오늘의 북한을 그렇게 생동하게 그려낼 수 것은 1인이 통치하는 정치체제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의 소식을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대할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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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