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사회적 동원의 경제학

북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근로단체들의 궐기대회가 지난 11일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근로단체들의 궐기대회가 지난 11일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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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새해 당전원회의 결정 관철에 전당, 전민, 전국을 동원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 전원회의 보고 학습을 강화하는 한편 각도 시군별, 기관별 당 결정 관철을 위한 결의모임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거름을 생산하여 농촌에 보내주고 파철을 자동차에 싣고 제강소로 간 단위들, 돌격대운동을 벌리는 소식들을 신문 방송에 소개하면서 이러한 사업 참여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민들은 새해가 시작되면 국가가 요구하는 각종 과제 수행 때문에 걱정입니다. 퇴비, 파철 과제를 직접 수행하거나 돈을 내서 사서라도 내야 합니다. 최근 연간에는 어렵고 힘든 초소 진출, 돌격대 동원 때문에 걱정이 더 늘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렇게 못살게 굴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나, 국가에서 주지는 못해도 맘대로 벌어서 살 수 있도록 가만히 놔두면 좋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제강소를 돌리려면 파철이 요구되고 농사를 지으려면 퇴비를 내야 합니다. 힘들고 조건이 불리한 작업에도 노동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가가 주민들에게 파철수매 계획을 수행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강소에서는 필요한 파철을 돈을 주고 구입합니다. 남한에는 파고철을 수집하여 제강소에 공급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전문업체들은 파철 수집, 파철 압착, 파철 수송의 모든 공정을 최적화합니다. 비용을 낮추어야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고 노동조직을 세밀하게 만듭니다. 남한은 철 생산량이 북한에 비해 거의 20배이므로 국내에서 나는 파고철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어 20%정도는 외국에서 수입합니다. 그러므로 파고철을 수입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퇴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에는 퇴비를 만드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축산업에서 나오는 분뇨를 이용하여 퇴비를 만드는 업체도 있고 나무나 풀을 원료로 부식토를 만드는 기업도 있습니다. 남한 기업에서 생산하는 퇴비는 주민들에게 퇴비생산계획을 억지로 내려 먹여, 하는 수 없이 만들어 바치는 북한의 퇴비와 질이 다릅니다. 퇴비가 잘 팔리려면 질이 좋고 값은 싸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합니다.

건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서는 청년들을 억지로 건설에 동원합니다. 집을 떠나 불편한 생활조건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일을 해도, 돈을 벌기는커녕 집에서 돈을 더 가져다 써야 되는 돌격대생활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입당을 미끼로 걸기도 하지만 별로 가능성도 높지 않은 입당을 위해 헌신하는 청년은 많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처럼 노동자들을 공짜로 일을 시킬 수 없습니다. 무상으로 일하러 오라면 갈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힘들고 조건이 불리한 작업을 시키려면 월급을 더 주어야 합니다. 건설장은 사고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안전대책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건설과정에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자들에게 억대의 보상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작은 기업은 파산하고 맙니다.

주민들을 동원하면 국가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파철도 비료도 얻을 수 있고 건설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인 것 같지만 결국 사람들만 피곤하게 만들고 성과는 없는 것이 사회적 동원입니다. 사회적 동원은 노동생산능률로 보면 가장 비효율적인 작업 조직입니다. 퇴비생산, 파철 모으기에 하루 종일 동원되었지만 결과물은 보잘것없고 생산물의 질도 매우 낮습니다.

사람들이 기업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면 주민들을 들볶지 않고도 파철, 퇴비생산, 건설도 훨씬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당국이 12개고지 점령을 위해서 방도로 제시한 자력갱생, 자급자족, 혁명적 규율과 질서 확립, 집단주의정신 발휘 등은 결국 주민 동원방식으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에도 북한주민들은 전년보다 더 많은 사회동원을 각오해야 할 듯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