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밀농사 대신 곡물 1000만 톤을 공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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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하고 식생활 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음식 위주로 바꾸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도시주민들의 식생활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대부분 북한주민들의 주식은 여전히 옥수수입니다. 강냉이(옥수수)는 식료품으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밥을 지어먹기 매우 불편합니다. 방금 해놓으면 맛이 괜찮지만 식으면 딱딱해지면서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특히 사람은 강냉이를 충분히 소화시킬 효소가 없어서 강냉이만 먹으면 영양물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없고 특히 나이아신 부족으로 인한 펠라그라병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옥수수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공해 먹거나 육류나 생선을 곁들여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옥수수조차 충분히 구입할 수 없어, 맛있게 가공해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먹는 음식은 매우 단순합니다. 대부분 주민들은 옥수수밥에 김치를 배불리 먹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음식문화는 매우 뒤쳐져 있습니다. 북한 청소년들의 키가 남한 청소년들보다 10cm 더 작은 것도 북한의 식생활과 연관이 큽니다.

강냉이에 신물이 난 북한주민들에게 흰쌀밥과 빵을 주식으로 하겠다는 정책은 너무 반가운 것입니다. 그러나 당의 구호는 구호일 뿐입니다. 김일성 시기부터 주민들이 기와집에서 이밥에 고기 국을 먹게 만들겠다고 수없이 말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강냉이를 밀로 바꾸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총체적인 곡물 공급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2019년 남한의 곡물 소비량은 2100만 톤입니다. 북한은 인구가 남한의 절반이니 주민들의 식생활문화를 개선하려면 곡물이 1000만 톤 있어야 합니다. 곡물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 아무리 밀을 심어도 빵과 이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곡물공급양은 500만 톤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밀·보리농사를 이모작 면적을 늘리는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에서 이모작 농사가 해법이 되겠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올해에 필요한 비료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담보도 없습니다. 아직도 북한의 주된 작물로 되고 있는 옥수수는 수확량이 높은 대신 높은 지력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비료를 충분히 주지 않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비료가 부족한 곳에서는 강냉이와 콩을 엇바꿔 경작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국가의 지시로 매해 강냉이만 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밭들은 지력이 약화되어 현재 강냉이를 정보당 2톤 정도밖에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도 화학비료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해부터 농촌은 물론 도시 주민들에게도 퇴비생산과제를 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퇴비 원천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퇴비시비량이 늘어 날 가능성도 많지 않습니다. 지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이모작 농사는 오히려 주 작물의 수확고를 낮추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농장들에서는 벼 앞그루로 밀을 심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위에서 내려 먹이니 할 수 없이 밀 재배 면적을 늘리는 시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이모작을 잘해도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1000만 톤으로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남한에서는 한 해 160만 톤의 밀가루를 소비하는데, 필요한 밀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의 식량안보를 위해 전적으로 식량수입에 의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실정에서 농사만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업을 발전시켜 외화를 벌어 곡물을 사와야 합니다.

그러나 핵개발로 인한 국제 제재와 폐쇄적인 경제정책,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계획경제 복귀 정책 등으로 북한은 식량수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흰쌀밥에 밀가루음식을 먹이려면 경제정책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