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7일 발간한 연례 인권보고서 '2019 세계인권보고서-북한편'(World Report 2019: North Korea)에서 올해도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지도부는 정치적으로 거의 완벽한 통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의적인 체포와 처벌, 구금자에 대한 고문과 처형을 일삼고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상당 정도 알고 있습니다. 북한주민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언론, 출판, 집회, 거주, 이동의 자유가 없습니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쌀 1kg값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통제 때문에 할 수 없이 직장에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때부터 약값과 치료비, 학교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개인들이 부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주민들 속에서 도덕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신문은 작년 12월 31일 ‘우리 국가의 존엄 높은 영상에 먹칠하려는 인권모략군들은 대답해야 한다’는 표제 하에 조선인권연구협회 공개 질문장을 실었습니다. 공개 질문장은 “1. 세상에 우리 국가처럼 인민이 사회의 주인이 되여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적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2. 우리 공화국처럼 실업자도 없고 유랑걸식자도 없는 곳이 또 있다면 꼽아 볼 수 있는가. 3. 전체 인민이 무료교육, 무상치료를 받고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집을 받는 우리 공화국에서와 같은 사회적 시책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4.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구호 밑에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문명하고 창조적인 인간으로 키워주는 나라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5. 행성에 우리 공화국과 같은 인간 사랑의 화원이 있다면 지도에서 짚어 보라. 6. 미국과 적대세력들, 유엔은 낡아빠진 대조선《인권》소동의 북통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라고 질문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북한주민들을 독자로 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외국에 가본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외국에 나갔다 온 사람도 보고 들은 것을 마음대로 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신문방송의 말을 그대로 믿습니다. 파쇼독일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는 “거짓말을 하려면 크게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지난 시기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큰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특히 북한은 좋은 모습만 국제사회에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을 방문한 외국 사람들이 마음대로 북한주민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자기 가고픈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없게 해서 화제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장을 노동신문에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의 체면을 구기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습니다.
이 질문장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은 북한 인텔리들이 얼마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면 이런 글을 만들어 공개할까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한두 번만 가본 사람이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글은 기자나 연구사의 의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에서는 신문방송에 대한 검열통제 때문에 누구도 당과 국가의 의도와 어긋나는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결국은 이글은 당에서 요구해서 만든 것일 것입니다. 외교통로가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 북한지도부는 노동신문의 논평 등 기사를 통해서 국가의 입장을 밝히곤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노동신문을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글은 북한주민만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쓴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장을 실었다는 것은 여전히 북한지도부가 국제사회와 인권에 대해 매우 무지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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