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은행의 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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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지도부는 외부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국가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주민들의 자금을 동원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내각은 개인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장악하여 돈을 징수하는 한편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돈을 은행예금을 통해 동원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를 위해 상업은행 저금통장을 만들어 나누어 주고 10% 이자를 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양심적으로 충성심을 바쳐 저금에 참가하라고 내려 먹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특히 시범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업은행 예금에 참가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성을 띠다 보니 할 수 없이 몇 천원 떼었다 생각하고 참가하는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국가은행에서 이자를 준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1990년대 초 국가경제가 파산하게 되자 은행에서는 주민들의 예금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말 예금을 돌려주었지만 그 때는 인플레가 치솟아 돈 가치가 1/100로 하락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저금할 당시의 액면가로 돌려주었습니다. 결국 주민들은 저금했던 돈을 다 잃었습니다. 그 때부터 북한주민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의 기억은 아직도 주민들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국가는 화폐개혁이란 명목으로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돈을 무효화했습니다. 그리고 싼값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직장에 다니면 월급을 받아 생활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배급도 없었고 월급으로 살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동안 시장에서 열심히 번 돈을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당과 국가가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북한화폐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북한 돈보다 외국 돈인 달러나 위안화, 유로, 엔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 경제에서 가장 애로로 되는 것은 자금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수중에는 적지 않은 돈이 사장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치솟는 주택 값이 이를 확증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에는 돈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화폐의 대부분은 주민들이 집에 보유하고 있고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화폐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국가은행이 아니라 개인 환전상들입니다. 개인 환전상은 외화만 환전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고 송금하는 업무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은행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면 주민들의 생활상 편의도 보장받을 수 있고 유휴자금을 경제발전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사금융이 발달하여 돈거래가 이전보다 많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인터넷, 신용카드, QR코드를 이용해 돈을 거래하는 오늘 북한주민은 세계적으로 제일 불편한 돈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자면 신용부터 회복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은행에 마음 놓고 돈을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지 않는 한 북한지도부의 개인자금 동원계획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은행이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가 개인소유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경제는 사회주의경제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생산수단에 대한 공동소유에 기초한 생산과 분배는 사라진지 오랩니다. 주민들은 모두 시장에서 개인의 자본과 노동력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사실 개인자금을 동원해서 국가계획경제를 복구하겠다는 발상도 시대착오적인 것입니다. 개인들의 기업 활동을 허용하고 은행이 개인사업자금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경제발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