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작년 말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올해 중심목표로 제시한 12개 고지에서 첫 번째로 언급된 것은 알곡이었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북한은 올해 점령해야 할 알곡생산량을 780만 톤으로 정했습니다.
북한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고지로 정한 것은 사회주의건설을 전투에 비유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는 산이 많다 보니 지난 6.25전쟁 시기, 군대가 점령해야 할 전투 목표는 대부분 산 즉 고지였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 경제 목표를 고지에 비유해서 정했습니다. 1970년대부터는 10대 전망목표로 바꾸었는데 올해 다시 고지로 바뀐 것입니다. 주민들이 전쟁에 참가하는 정신으로 경제발전에 동원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가나 개인이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를 위해 전력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이 되려면 현실과 맞아야 합니다. 북한지도부가 1960년에 내세운 알곡생산목표는 500만 톤, 1974년 1000만 톤, 1981년에는 1500만 톤이었습니다. 농지면적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알곡생산량을 10년 만에 배로 늘린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입니다. 실제 북한의 알곡생산량은 목표에 비해 매우 낮았습니다.
1970년대는 지금보다 인구가 적어서 350만 톤만 생산해도 먹고 남았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전반기에 계속 식량을 수입한 것으로 보아 당시 350만 톤도 생산하지 못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기 몇 해 동안은 식량을 수출했는데 수출한 양을 고려해보면 400~500만 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북한은 1980년부터 다시 식량을 수입하기 시작했고 특히 1990년대는 식량수입을 못해서 많은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80년에 900만 톤의 알곡을 생산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식량부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1년 알곡 소요량은 570~590만 톤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알곡생산량은 2020년 440만 톤, 2021년 469만 톤, 2022년 451만 톤이었습니다. 식량이 거의 100만 톤 모자라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국경을 완전 봉쇄하다 보니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고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높이 세운 알곡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당 벼 8톤, 옥수수 10톤을 생산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는 세계에서 농업생산조건이 가장 좋고 농업기술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나 실현가능한 것입니다. 남한, 중국도 농업이 발전했다고 하나 벼는 정보당 7톤, 옥수수는 5~6톤 생산하고 있습니다. 비료도 부족하고 관수도 충분히 하지 못하며 자연재해를 막는 대책도 불충분한 북한의 상황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북한은 올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농업부문에 작년에 비해 114% 증액된 예산을 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농촌살림집 건설까지 포함한 금액이어서 실제 필요한 비료와 농기계, 농자재들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욱이 북한당국은 농장마다 온실농장을 건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로 알곡생산에는 충분한 투자가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북한이 자급자족하는데 필요한 알곡은 600만 톤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평균 정보당 벼 5.5톤, 옥수수 4톤을 생산하면 됩니다. 이는 농업에 대한 물질적 조건이 충분히 보장되는 상황에서 기후까지 좋아야 가능한 생산량입니다. 그러나 기후는 사람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북한에서 식량의 완전한 자급자족은 불가능합니다. 부족한 식량을 수입할 수 있도록 공업을 발전시켜야 식량문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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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