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왜 백두산에 올라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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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당국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일군들과 근로자들, 청년학생들이 겨울에 백두산에 오르고 있다”고 크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경관이 뛰어나고 많은 역사를 담고 있어 유명한 관광지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백두산 관광객이 연간 2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남한사람들도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백두산 관광의 적기는 7월부터 9월 초이며 겨울에는 추운 날씨로 인해 백두산에 오르는 것이 금지되어 왔습니다.

세계에는 사람들이 가기 힘든 지역을 탐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남극과 북극을 탐험하고 연구하는 사람도 있고, 지구에서 가장 높고 가파른 산을 오르는 등산가도 있습니다. 이러한 극지 탐험이나 등산은 아주 위험한 노정이어서 사전에 충분한 훈련과 물질적 준비를 갖춘 후에 진행합니다. 백두산은 겨울에 기온이 영하 30도를 오르내리고 바람이 매우 강하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사람 키를 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겨울에 백두산 답사를 진행하려면 사전에 추위를 극복할 수 있는 훈련도 하고 겨울답사에 필요한 옷과 장비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는 식료품과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숙소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8일부터 21일 사이 백두산 날씨가 영하 4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백두산 답사 행군에 나선 함경북도 대학생 답사자 여러 명이 안면에 동상을 입었고 대열을 책임진 대학 교원은 혈압 이상으로 졸도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보도 외에도 더 많을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훈련도 안 된 사람들을 육체적 준비조차 고려하지 않고 백두산 답사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에서 답사에 필요한 옷이나 장비, 행군에서 소모된 칼로리를 보충할 식료품도 국가가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한 공급을 해주지 못하니 상인들이 백두산 답사 행군대를 따라다니며 술과 식료품을 파는 현상이 만연해서 단속을 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극지 탐험이나 등산은 사람들이 스스로 참가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겨울 백두산 답사는 주민들이 요구해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겨울철 백두산 답사는 2019년 10월과 12월 김정은이 백두산에 오른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김정은은 자기가 백두산에 올라보고 나서 “주민들이 백두산대학을 나와야 한다, 백두산의 추위를 극복해 보아야 항일혁명정신을 체득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의 겨울 백두산 답사를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다 보니 누구도 그를 거부할 수 없게 되었고 간부들은 사업실적을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힘든 행군을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백두산 답사를 조직하는 목적은 주민들이 항일 빨치산처럼 힘겨운 행군을 하면서 고난극복의 정신을 가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1990년대 경제적 파산으로 겪은 추위와 배고픔은 항일무장 투쟁시기 가장 어려웠다는 ‘고난의 행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로 인해 다시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스스로 고난을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북한 주민만큼 고난 극복의 정신이 강한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추위와 배고픔을 모르고 사는 지도자는 백두의 칼바람을 맞아 보고 힘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교통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백두산에 백마까지 운송하여 진행하는 고위급 간부들의 백두산 행군과 넉넉지 못한 경제상황에서 모든 것을 자체로 마련하면서 백두산에 오르는 주민들의 행군이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백두산답사에 참가하여 백두의 혁명정신을 가지게 될지, 이러한 행군을 강요한 당과 국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가지게 될지 궁금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