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대중운동과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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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최근 북한에서는 경제발전에 총력을 다하면서 그를 위한 방도로 집단적 혁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강조하면서 어렵고 힘든 초소로 지원, 애국미 헌납, 인민군대지원, 평양건설 동원 등 인적 물적 자원을 대중운동의 방법으로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대중운동을 경제발전의 추동력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생산력 증대를 위해 대중운동을 이용해왔습니다. 산업사회에서 생산력 발전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쟁입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기업이나 생산자들 사이에 경쟁이 없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련에서 처음으로 스타하노프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탄광 노동자인 스타하노프가 평소보다 20여 배 넘는 석탄 생산 실적을 냈다고 선전하면서 그에게 많은 물질적 보상을 해주었고 노력영웅 대의원으로 내세웠으며 그의 모범을 따라 노동자들이 목표 초과 달성과 노동 생산성 향상에 동원되도록 했습니다. 이를 모방하여 중국에서는 대약진 운동을 벌였습니다. 북한은 천리마운동,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벌였을 뿐 아니라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70일전투, 100일전투, 200일전투 등 각종 대중적인 생산 증산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대중운동이 전혀 없는 자본주의의 경제발전을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모든 사람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중운동이 추구하는 당과 국가의 번영이라는 추상적 목표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도급제가 사람 죽인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시기에 유행되던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시기 공장이나 농촌에서는 대강 시간만 때우면 월급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생산 실적을 채워야 할 절박한 요구가 제기되면 도급제를 시행했습니다. 도급제 하에서 사람들은 자기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죽기내기로 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도급제를 해도 자신에게 차례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급제를 싫어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이론에서는 경제 발전의 동력을 사람의 이기심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이기심을 착취 계급의 본성으로 규정하고 비난하지만, 사실 북한의 지도자부터 노동자, 농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기심은 생산 발전의 강력한 추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북한에서도 도급제의 결과에 따르는 보상이 충분하다면 사람들은 이를 적극 환영했을 것입니다.

북한에서 농장 밭보다 텃밭 농사나 훨씬 잘되고 시장이 국영상점보다 더 값싸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시장의 덕이었고, 2010년대 전반에 북한의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었던 것도 이전에 비해 시장 활동을 많이 허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벌이를 위하여 머리를 쓰고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개인들이 부를 축적했지만, 동시에 국가도 경제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운동은 북한당국이 추구하는 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데에도 방해가 됩니다. 사람의 창의력이 발현되려면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중운동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제시하고 집단에 복종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통제 체제는 사람들의 창의력을 발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억제합니다.

물론 인간의 이기심은 사회공동의 이익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기 개인의 욕구만 우선시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폐단을 낳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통제하고 없애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 지도부는 대중운동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이 공정하게 잘 발휘될 수 있는 사회 체제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