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지도자의 덫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 제목의 1시간 45분짜리 새 기록영화를 공개하고 지난 한해 김정은 위원장의 분야별 '성과'를 부각했다. 사진은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불리는 신형 SLBM의 발사 장면.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일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 제목의 1시간 45분짜리 새 기록영화를 공개하고 지난 한해 김정은 위원장의 분야별 '성과'를 부각했다. 사진은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불리는 신형 SLBM의 발사 장면. (/연합뉴스)

0:00 / 0:00

북한은 지난 1일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을 TV에서 방영했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 지도자의 1년간 공개활동 장면을 수록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인민을 위한 노고와 헌신을 보여주는데 중심을 두고 편집했습니다. 북한은 기록영화를 방영한 이후에 이 영화를 시청한 주민들의 반향을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적극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첫 포성을 인민 생활과 직결된 대 건설 전투에서부터 울려 주신 총비서 동지", "인민 생활 안정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려는 충심으로 친히 서명한 특별 명령서를 발령하시는 총비서 동지"라며 "기록영화를 보는 인민의 가슴속에서는 마를 줄 모르는 샘과도 같이 감격의 눈물이 끝없이 솟구쳐 올랐다"는 인민들의 반향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밖에서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의아해 합니다. 그 이유는 2021년 북한경제 성장률은 -4.5%로 고난의 행군이 극에 달했던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경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를 코로나,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요인으로 돌렸지만 같은 조건하에서 2021년 중국은 8.1%, 러시아 4.2%, 베트남 2.91% 성장했습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경제 하락의 책임을 묻는 비판 기사가 쏟아지겠지만 북한만은 반대로 경제를 하락으로 이끈 지도자를 온 나라가 찬양하고 심지어 감동의 눈물까지 흘리는 장면을 연출해 내어 세상 사람들을 아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화려하고 감동적이지만 한두 곳의 성과로 국가 발전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기록영화에서 나오는 보통강 강안지구의 주택을 받을 수 있는 주민이 전체 주민 중 몇 %가 되겠습니까? 기록영화에서 작년도 성과로 자랑한 삼지연주택지구, 검덕주택지구도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삼지연시와 같은 급에 속하는 시군구는 210개가 넘습니다. 1/200의 지역을 건설해 놓고 스스로 감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이는 물론 어른도 누구나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우유나 남아도는 버스를 한두 대 생산해 놓고 수령의 영도업적, 인민적 사랑으로 칭송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길을 걷는 지도자, 쉬지 못하고 나라의 곳곳을 찾는 지도자를 찬양하는 장면을 보면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은 ‘왜 북한의 지도자는 공장과 건설장, 논과 밭을 그렇게 자주 찾아가지?’ 하는 것입니다. 남한의 대통령, 일본의 수상은 말할 것 없고 중국의 시진핑이나 러시아의 푸틴도 김정은처럼 현지지도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자연재해를 크게 입었을 때 위로 차원에서 현지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나는 정도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통령의 관여 없이 각자가 알아서 경제를 운영하지만 북한과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남한이나 일본은 주요 공장 기업소가 사적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가들이 알아서 자기 기업을 관리, 운영합니다. 국가 소유의 공공 기업도 있지만 독립성이 강하며 이를 경제부총리가 책임지고 관할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도자가 중요 경제문제에 대해서 직접 관여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지도자의 결정이 없이는 사소한 경제문제조차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의 유일적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장점도 있습니다. 결정이 빠르고 동원력이 강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가 계속 하락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방법은 장점보다 결점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도자의 독단은 사람들의 창발성을 억제합니다. 경제적 이익보다 정치적 이익을 더 고려하기 때문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북한 경제가 계속 뒷걸음을 치고 있는 것은 바로 지도자가 독단으로 나라경제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수령은 경제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안다 해도 어떤 의견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만이 현명하고 지도자만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착각을 ‘지도자의 덫’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지도자의 덫’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