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8일 북한은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은 열병식에서 새로운 핵무기를 공개해왔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공개되는 신형무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형무기보다 김정은의 딸인 김주애가 더 많은 조명을 받았습니다. 김주애는 작년 11월 북한의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현장에 최초로 등장한 이후 공식적인 기념사진 촬영장, 현지지도 영화 등에 등장했습니다. 김주애는 이번 건군절을 맞으며 진행된 연회와 열병식 등 모든 행사에 참가했고 텔레비전과 신문 방송에서 여러 번 소개되었으며 공식적인 호칭도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상승했습니다.
오늘 지구상에는 200여 개 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이 국가들은 크게 군주국과 공화국으로 분류됩니다. 군주국(왕국)은 입헌군주국과 전제군주국으로, 공화국은 민주공화국과 사회주의공화국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공화국에서는 공식적인 국가 행사에 국가수반의 부인이 참가할 뿐 직함이 없는 가족은 나서지 않습니다. 군주국, 왕국에서는 공주와 왕자가 등장합니다. 왕은 혈통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왕의 자식은 태어나면 곧 왕자, 공주의 공식 직함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국가로 자칭하고 있으며 국가이름도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지었으니 외형상으로는 사회주의공화국에 속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직함도 없는 소학교 학생인 김주애가 공식석상에 등장해서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소개받은 것은 그가 공주임을 의미했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공화국을 표방하지만 본질에 있어서 왕국인 것입니다. 북한은 김주애 공주의 등장을 통해 사회주의공화국이 아닌 왕조국가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전 국민이 김정은 왕국을 목숨으로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열병식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는 ‘김정은 결사옹위’와 함께 ‘백두혈통 결사보위’였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에서 백두혈통이라는 단어는 백두산 정신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강조한 백두혈통은 행사전반 흐름으로 볼 때 말 그대로 김정은의 혈통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이 광장에 도착할 때 사열식과 주석단 등에서 카메라로 비친 김주애, 맨 앞장에서 행진하는 명예기병대의 백마를 ‘사랑하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라고 소개하는 방송원의 말 등에서 주민들은 이번 행사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사상이 무엇인지 직감했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등장 초기, 세습이라는 말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아버지, 할아버지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에게 콤플렉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름과 멀어지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자 했습니다. 행사시작 시 부르던 노래를 ‘김일성장군의 노래’에서 애국가로 바꾸었고 국가의 상징으로는 수령이 아닌 국기를 강조했습니다. ‘김일성김정일청년동맹’의 이름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바꾼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도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왕국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의 통치기간이 늘어나면서 왕국의 성격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김주애의 등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설주와 김여정의 권력다툼, 김정은의 건강이상으로 인한 후계자 준비, 친근한 아버지로서 이미지 강조 등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그 진위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자기 대에서 세습을 끝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4대, 5대 지속해서 세습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왕정을 공화정치로 바꿀 생각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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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