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일의 생일을 맞으며 각종 정치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강연회, 기념공연, 각종 전시회에서 지도자의 위대성과 업적을 소개하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의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당국이 수령을 신과 같이 절대화하고 있어 감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김정일 때문에 북한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결국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오늘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원인이 김정일에게만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북한주민들이 아직도 존경하고 있는 김일성 시절부터 북한의 몰락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이 권력을 아들에게 넘겨줌으로써 북한체제는 1인 독재체제로 바뀌었고 북한은 외형은 사회주의지만 내적으로는 봉건제 국가로 변했으며 급속히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원래 나쁜 사람이었을까?’
최근 영국학자 브라이언 클라스는 세계 곳곳의 최상위 지도자를 직접 만나 진행한 10년의 연구결과를 서술한 저서 ‘권력의 심리학’을 출판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사회에서도 나쁜 사람들이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남을 조정하는 마키아벨리즘 성향과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자신을 사랑하는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사람, 공감 및 죄책감이 결여되고 충동성과 자기중심성이 강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은 더 권력에 대한 욕구가 높고 자신감에 넘치는 말과 행동으로 대중을 현혹하는데 뛰어나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이 강하므로 권력을 쟁취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중은 사냥으로 살아가던 석기시대에 형성된 사고의 영향으로 더 크고 힘센 사람을 더 추종합니다. 권력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권력자는 거의 절대다수가 나쁘게 변했습니다. 권력을 잡으면 더 이기적이고 동정심이 사라진 채 위선적으로 변했고 힘을 남용했습니다. 권력자가 되면 타인과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고 권력이 커질수록 많은 것을 잃더라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자제력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저자의 연구결과는 북한의 상황을 너무도 잘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민주주의국가에는 장기집권을 막는 제도도 있고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도 있지만 북한에는 그러한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지도자는 그 어느 권력자보다 더 나쁘게 변했습니다. 김일성은 일제에 대항해 항일투쟁을 벌였지만 6·25전쟁을 일으켜 우리 민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오고 패전의 원인을 남로당 출신 간부들에게 떠넘겨 그들을 모두 숙청했을 뿐 아니라 이어 항일전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중국출신 군 간부들, 나아가서 빨치산 전우들까지도 종파로 몰아 숙청했습니다. 김정일 역시 권력을 위해 자기 삼촌과 형제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했고 자기의 세습에 선뜻 찬성하지 않은 간부들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내 버렸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모든 노선과 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했고 그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오늘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김정은도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클라스는 권력자의 부패를 막기 위한 방도도 제시했습니다. 권력자의 부패는 필연적인 것이므로 그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우선 권력의 자리에 권력적 성향이 강하지 않은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일함으로써 생겨나는 비리를 막기 위해 순환근무체계를 도입하고, 권력자들이 항상 감시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감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노력으로 마침내 우리는 부패하지 않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사회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오늘 지구상에서 이러한 노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은 북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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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