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아동체벌과 인권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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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2월의 주요 사업으로 자녀교양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녀에게 체벌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당에서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주먹을 날리거나 무작정 회초리를 들어 때리고 추운 날씨에 밖에 내쫓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창고 안에 가두는 식으로 체벌하는 구시대적인 훈육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부모들의 자녀교양 수준을 높일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들을 괄시하거나 때리는 모습, 부모가 서로 싸우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도 자녀 교양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서 부모들이 모범이 되도록 부단히 수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아동체벌을 막으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 원인이 부모의 낮은 교양수준이라는 해석은 문제가 있습니다.

탈북민이 남한에 적응하는 데서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자녀와의 관계입니다. 북한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말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 오면 자녀가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고 부모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는 처음에는 설득하다가 지치면 자식에게 손을 대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매를 맞으면 반항을 하며 심지어 부모를 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가 법원에서 재판을 받습니다.

남한에는 아동학대방지법이 있습니다. 이 법은 아동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금지하고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부과합니다.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는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때리기, 발로 차기 등 상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가 포함됩니다. 정서적 학대는 언어적 학대, 방치, 고립을 포함하여 아동에게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됩니다. 성적 학대는 아동과의 성적 접촉이나 행동이 모두 포함됩니다. 남한에서 아동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5년 징역 또는 최대 5천만 원, 약 44,500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가 단순하게 교양을 위해 매를 들었고 상해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사회봉사 등 경한 처벌을 받지만 형을 받은 부모는 억울해 합니다. 북한에서 자녀를 때리는 부모를 말리면 흔히 하는 말이 ‘내 자식도 내 마음대로 못하느냐?” 입니다. 그런데 자기 자식이 잘 되라고 때렸는데 나에게 형벌을 주다니?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오늘 국제사회에서 자녀를 낳은 것은 부모지만 자녀는 인간으로서 독립성을 가지며 따라서 부모도 자녀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개인은 당과 수령, 조국이 없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므로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교육 받았습니다. 청년들은 당에서 명령하면 싫어도 탄광, 광산, 농촌으로 가야하고 돌격대에 동원되어야 합니다. 그를 어기는 경우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개인은 선택권이 없는, 당과 국가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개인을 소유하는 상황에서 부모가 자식을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동체벌은 빈곤과 교육 부족의 상황에서 더욱 강화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아동체벌 문제는 단순히 교양수준의 문제만이 아닌 인권에 대한 인식과 태도 문제입니다. 북한에서는 아동체벌을 없애기 위해서 당이 나서서 감시하고 처벌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주민이 옳은 인권인식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인권이 국가의 자주권’이라는 정의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인권은 국가가 아닌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동체벌 금지조치가 지도자의 가족애를 강조하기 위한 선전이 아닌 실제적으로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