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사회주의건설의 주요 전선에 인민군대를 동원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합니다. 회의에서 “농촌 진흥과 지방건설, 사회주의 대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민군대의 활동방향과 구체적인 임무를 확정하였으며 그 집행과 관련한 조직기구적 대책과 병력이용 방안을 토의”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착공한 평양 강동온실농장 건설은 인민군 공군부대가 전적으로 맡고 있고 화성지구2단계 건설도 인민군대가 상당정도 동원되어 있는 상황인데 당군사위원회에서 인민군대 동원문제를 다시 토의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더 많은 군인들이 산업현장에 동원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인민군대가 건설에 동원되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군사시설 건설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어렵고 힘든 건설이 제기될 때마다 군대를 동원해왔습니다. 지난기간 남포 갑문 건설, 금강산발전소 건설 등 가장 위험한 곳에서 변변한 안전대책도 없는 상황인데 잘 먹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면서 힘든 일에 내몰리다 보니 수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조국 보위도 사회주의건설도 우리가 다 맡자!’는 구호를 내걸고 인민군대의 노력동원을 미화하고 찬양하다 보니 주민들은 물론 군인들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국제법적으로 군대의 노력동원은 강제노동, 규탄의 대상입니다. 강제노동은 처벌의 위험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형태의 노동을 의미합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하게 되는 노동,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은 강제노동에 속합니다. 북한주민들은 일제시기 징용이 얼마나 나쁜 것이었는지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 징용이 바로 강제노동의 대표적 예입니다. 징용은 평화시기가 아닌 전시, 사변 및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를 뿐 오늘날 북한의 강제 노동과 본질에 있어서 같습니다.
의무병역제도 본질에 있어서는 강제 동원이지만 국제적으로 국가의 존속에 필요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여 강제노동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병사들을 전쟁, 전투의 수행 및 국방·치안 유지와 같은 군사적 목적 이외의 비군사적 용도로 전용하는 것은 강제노동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북한 군인의 대부분은 군복무 중 상당기간을 건설장에서 보냅니다. 어떻게 보면 강한 규율 속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적으로 가장 긴 군복무기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인구수에 비해 가장 많은 군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군인을 노동력으로 동원하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군대는 북한지도부에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노동력입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청년들을 험한 일에 집단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것만큼 좋은 노동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군대를 동원하여 일을 시켜보고 재미를 본 북한지도부는 1970년대 중반부터는 군대를 모방한 돌격대를 조직해서 일을 시키기 시작했고 그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강제노동인 인민군대 만기복무자들의 3년간 농촌 의무노동 제도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북한청년들은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청춘시절을 고스란히 군대에서, 피와 땀을 바치지만 그 대가는 없습니다. 힘든 군복무를 마쳤지만 청년들은 앞으로 자신의 생을 꾸려갈 지식이나 기술도 없고 살아갈 밑천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먹고 살만한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제대군인들은 다시 국가가 배치한 직장에서 역시 월급 없이 일해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군인 뿐 아니라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 농민, 사무원들이 정당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노동에 동원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강요하고 있는 강제노동제도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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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