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새 학년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새 학년도를 맞는 각급 학교의 모습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김정은은 등장했을 때부터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통한 경제강국으로의 도약"을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교육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했고 과학기술강국, 인재강국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 2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수재교육법’도 채택했습니다. 이 법은 전문분야별로 특출한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도록 정연한 수재교육체계를 세우고 더욱 완비해 나가며 수재교육기관과 단위의 학생 선발과 교육강령작성, 교육조건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와 경제발전에서 인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지식경제 시대로 넘어가면서 인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필수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바일 시대를 여는 데서 결정적 역할을 한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 테슬라를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회사로 키운 일론 머스크, 알리바바를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회사로 키운 마윈 등은 오늘날 같은 시대에 경제발전에서 인재가 낳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생각하는,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은 아마 이러한 예를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종합대학 학생들에게 “두뇌로 세계에 도전하고 세계와 경쟁하며 세계를 딛고 올라서겠다는 만만한 야심을 가지고 첨단과학의 미지의 세계를 파헤치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인재는 창조형 인재입니다. 창조형 인재가 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미술, 문학, 음악, 영화, 만화 등의 예술을 즐기면서 다양한 시각적, 청각적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인간이 창조한 모든 지식과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청년들이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접할 수 있는 모든 기회가 철저하게 차단된, 닫힌 사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느슨한 감옥과 같습니다. 북한 청년들은 외국에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내에서도 당국의 허용이 없이는 새로운 지식과 문화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의하면 반동사상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나라의 영화나 녹화물·편집물·도서·노래·그림·사진·도안·의상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유입·유포한 자는 노동단련형,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엔 '평양문화어보호법'도 제정했는데, 북한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남한 말투와 문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람의 창의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집니다. 10대, 20대에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에 따라 인간의 지적, 감성적 능력이 결정되게 됩니다. 지금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40-50대와 20-30대가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달라서 소통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북한의 시간은 196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을 휘두르면서 국경을 닫아걸고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방법으로 지금과 같은 국가체제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북한의 청소년은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국가의 중추가 될 20~30년 후에 북한의 시간은 기껏해야 1980년대에 머물러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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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