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지도자의 체면과 주민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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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병한 때로부터 2년이 넘는 기간이 흘렀습니다. 초기에는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데 주력했습니다.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코로나 발병자들에 대한 격리를 강화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국경을 철통같이 봉쇄하고 열이 나는 사람들은 병명에 관계없이 무조건 격리하는 방법으로 코로나 발생을 막았습니다. 이후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서, 발전된 나라를 중심으로 모든 주민들이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코로나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변형되어 예방주사만으로는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많은 나라들에서는 “코로나와 함께 가는”이란 뜻을 가진 ‘위드코로나(With Corona)’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해제하고 단계적·점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는 정책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점차 방역 단계를 낮추기 시작해서 지금은 식당, 극장, 경기장 운영을 정상화하는데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접촉 금지라는 극단의 코로나 대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막기 위해 이동 제한은 물론이고 소독 횟수를 늘리고 마스크를 두 개씩 겹쳐 쓰도록 통제하는 등,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정부가 국경을 완전히 봉쇄함으로써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하지 못하여 시장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시장이 제대로 돌지 않아 주민들의 생계가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주민들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먹지 못해 죽게 생겼다, 제3의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접촉금지 강도를 낮추자면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코로나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장비와 약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남한에서는 전체 주민에게 무상으로 예방주사를 3차까지 놓아주고 치료도 무료로 해주지만 북한에서는 코로나 예방주사를 놓아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과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등 두 국가만,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조건에서 코로나를 막으려면 국제사회나 남한의 지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지원도 거절했습니다. 국제기구에서는 몇 차례에 거쳐 코로나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북한은 이 구실 저 구실을 대면서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 대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4월 4일 현재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가 북한에 배정한 백신 분량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북한이 외부의 지원을 거부하는 내적 이유는 코로나 백신 지원을 받아들이자면, 국제사회에 북한의 열악한 보건 상황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들에서는 여전히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보건제도에 대해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이 들어가 북한의 보건 상황을 알게 되면 소문이 퍼지게 되고 그러면 북한지도부의 체면이 깎인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올해에 들어와서 미사일 실험을 십여 차례 진행했고 지금은 핵실험까지 준비하고 있어 세상 사람들의 미움을 사고 있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투자하는 돈을 의료용품이나 약을 사는데 돌리면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북한지도부가 제일 많이 강조하고 있는 구호는 인민대중제일주의입니다. 그리고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로서 김정은의 위대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민을 가장 사랑하는 지도자,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당과 국가가 자신들의 체면 때문에 주민의 생명을 희생하고 있는 현실은 인민대중 제일주의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