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민반장 월급 인상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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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16개 조항으로 구성된 ‘인민반 조직운영법’ 시행규정 채택 소식을 전하며 "인민반장들의 역할을 높여 인민반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담보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평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9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인민반 조직운영법’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 것입니다.

북한은 인민반 조직운영법이 “인민반을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꾸려나가는데서 나서는 원칙적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즉 인민반 구성원들의 화목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 법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주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인민반은 북한의 말단 행정조직입니다. 북한은 동에 소속된 가구들을 20~30가구씩 분할하여 인민반을 만들고 반을 단위로 소속된 가구들을 조직 통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인민반장입니다. 북한 당국은 인민반장이 인민반의 모든 가정을 혁명화하고 반원들의 생활을 잘 보살펴주며 꾸리기와 사회주의적생활양식확립, 각종 사고방지 등 인민반 앞에 제기되는 사업을 국가의 정책적요구에 맞게 조직 진행하는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인민반장 중에는 반원들의 생활상 애로를 풀어 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있고 인민반이 주민들 간에 상부상조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북한 인민반의 기본기능은 당과 국가의 요구대로 반원들이 생활하도록 통제하고 동원하는 것입니다.

인민반장은 하루가 멀다 하게 매 집의 문을 두드리고 돈과 물자를 거두어들입니다. 인민반 담당구역 청소, 농촌동원, 건설동원 등 각종 노력동원도 조직합니다. 북한에는 비사회주의검열, 전기검열, 숙박검열 등 각종검열이 끊이지 않습니다. 예고없이 나타나 문을 두드리고 집안을 수색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끔찍이 싫어 하며 낯선 사람이 문을 두드리면 잘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열대는 인민반장을 앞세우고 다닙니다. 인민반장은 보위부, 특히 안전부의 스파이라는 것은 공개된 비밀입니다. 인민반장은 정기적으로 인민반원들의 동향을 안전원에게 보고하고 보위부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먼저 인민반장을 찾아옵니다. 인민반장과 틀어지면 인민반에서 나타난 결함을 직장에 통보하는 등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꺼려서 인민반장과 적당하게 잘 지내려고 돈이나 물자를 건네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민들은 인민반장을 경계합니다.

인민반장은 국가와 인민반원들 사이에 끼어서 매우 불편합니다. 위의 요구를 집행하자고 하면 인민반원들의 눈 밖에 나는 것이 괴롭고 아래의 사정을 봐주려면 위의 압박과 요구를 거부하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인민반장 직을 기피하고 있어 반강제적으로 임명하거나 공석인 곳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주민통제가 절실합니다. 주민들이 사상적으로 세뇌되어 자각적으로 움직이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물리적 강압적 통제가 없이는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민통제를 강화하는 데서 인민반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민반장만 잘 관리하면 온 나라 모든 가구들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있고 주민들의 위법활동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민반장을 동원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인민반장을 주민통제사업에 참가시키기 위해서는 이전과 같이 긍지, 영예감 같은 추상적인 선동사업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우대사업을 통해 주민통제에 동원하려고 법까지 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인민반장에게 주민통제의 댓가로 지급하는 로임이 월 1,500원(0.17달러)이라고 합니다. 물론 과거에 인민반장에게 지급하던 500원에 비하면 올랐지만 쌀값이 1kg에 5천~6천원인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