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반갑지 않은 4월의 봄 예술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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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에서는 4월의 봄 예술축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1982년 김일성의 생일 70돌을 기념하면서 시작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어느덧 31회를 맞이했습니다.

4월의 봄 예술축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적지 않은 흥미를 끌었습니다. 초기에는 예술단이 오가는 비용과 체류비용을 모두 북한에서 대주었고 사회주의도 살아있을 때여서 능력 있는 예술단도 적지 않게 참가했습니다. 축전은 외국에 나가지 못해 다른 나라의 공연을 보기 힘든 주민들이 외국의 예술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축전에 참가한 예술인들의 공감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예술인들에게 북한은 수령을 칭송하는 예술을 강요했습니다. 축전 시상식에서는 예술적 기량보다는 수령을 칭송하는 노래를 얼마나 불렀는가에 따라 상을 수여했습니다. 축전은 나날이 인기가 하락했고 특히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이 붕괴된 후 북한체제의 독재성이 부각되면서 괜찮은 예술인들은 참가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예술단을 참가시키는 것은 외교부와 현지대사관의 할당 몫으로 되었습니다. 괜찮은 예술인을 초청하는데 많은 외화가 들었습니다. 북한의 재정적 상황이 좋지 않아 매년 열리던 축전을 격년으로 열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올해 축전을 보장하기 위해 북한은 작년부터 과제를 할당했습니다.

오늘날 축전은 북한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열립니다. 남한에서 열리는 국제예술축전만 보더라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국제음악제, 서울세계무용축제, 통영국제음악제, 제주국제실험예술제, 전주세계소리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자라섬국제페스티벌,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등 규모 있는 국제 예술 축전만 20여개가 훨씬 넘게 열립니다.

축제를 여는 목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축제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사람들은 축제에 참가해서 함께 웃고 떠들며 기쁨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려고 자발적으로 참가합니다. 축제는 민족문화전통을 보존하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문화전통은 시간과 더불어 바뀌게 되고 잊히게 됩니다. 그러므로 반복되는 축제를 통해서 전통을 후대에게 전달하고 기억하게 하려고 합니다. 축제는 사람들 간의 단합을 촉진하는 역할도 합니다. 함께 축제에 참가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의식을 느끼게 되고 사회적 유대도 강화됩니다.

그러나 4월의 봄 예술축전은 인민을 즐겁게 하려고 여는 축전이 아닙니다. 4월의 봄 예술축전 참가자들의 수준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재미로 관람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기관 기업소나 인민반에서 참가를 의무화해서 행사로 참가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간부들은 축전이 친선 단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축전참가자들이 북한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주민들은 다른 나라 예술인들이 돈을 주기 때문에 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화만 끝없이 들어가고 억지로 참가하느라 고생스럽기만 한 이 축전을 간부들도 주민들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행사를 그만두자고 감히 주장할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지도부에 있어서 4월의 봄 예술축전은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태양칭송의 메아리”입니다. 그러므로 득보다 실이 더 큰 4월의 봄 예술축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북한의 수령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상을 타고 북한주민들은 열렬한 박수로 감동한 관객의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4월의 봄 예술축전을 그만둘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