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공채와 국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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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공채를 발행한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11일 진행된 당정치국회의에서 공채 발행이 결정되었고 공채를 발행하기 위한 실무적 준비도 끝나 곧 판매될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공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부족한 국가재정을 주민들의 돈으로 보충하려는데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는 북한의 공채 비슷한 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라서 국채라고도 합니다. 국채는 국가재정을 보충하는 수단입니다. 국가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할 때 국채를 판매해서 시중의 자금을 사들여 국가자금으로 씁니다. 국채는 국가가 시장에 돈을 푸는 수단으로도 이용됩니다. 시장에 유통하는 화폐가 적을 때는 발행한 국채를 국가가 사들입니다. 그러면 시장에 국채 대신 돈이 남게 되므로 화폐가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 코로나로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소비가 줄다보니 상품이 팔리지 않아 공장들이 멎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주민들이 상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대부분 국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그것을 주민들에게 대가 없이 나눠주고 있습니다. 돈을 강제로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려는 것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사회주의계획경제 하에서는 화폐발행과 유통을 국가가 장악하고 조절통제하기 때문에 채권발행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국가의 채권은 착취수단이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도 전쟁 시기 그리고 경제가 매우 어렵던 때인 2003년에 공채를 발급했습니다. 2003년 공채는 10년을 만기로 판매했고 분기마다 당첨행사를 열고 당첨된 사람에게는 많은 당첨금도 주고 원금도 상환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들은 돈을 잃었습니다. 북한 돈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다보니 2003년 200원 하던 쌀값이 공채상환기간이 끝나는 2013년에는 5,000원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공채를 상환해 줄 때 인플레는 계산해주지 않았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공채를 사면서 당연히 제값을 못 받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구매를 강요하니 할 수없이 공채를 구입했습니다.

이번에 발행한 공채는 이전과 달리 외화공채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주민들에게 강제로 매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화공채니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시장이자율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각적으로 공채를 사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가는 공장 기업소에 자금 대신 공채를 지급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주들에게 상업권을 대가로 공채를 판매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국가에서는 국채를 발행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사고팝니다. 개인이 국채를 사는 것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채는 국가가 지불을 담보하기 때문에 떼일 위험성이 거의 없는 반면 이자율은 낮습니다. 국채는 필요할 때 언제든지 팔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시장이 아니라 당과 국가가 나서서 공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 외화공채가 발행되면 시장에서 외화 값이 오를 것을 예측한 사람들은 서둘러 외화를 구입하고 있고 국가는 그것을 막기 위해 보안원을 동원해서 외화거래를 막고 있습니다. 외화가 통제되면 대부분 장사거래가 외화로 진행되고 있는 조건에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이 더 나빠질 것입니다. 반강제적으로 공채를 사야 하는 돈주들이나 기업소 운영자들도 부담도 클 것입니다.

이번 외화공채 발행은 북한에서 자본주의시장경제 도입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