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2박 3일 동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습니다. 정계에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되는 방문입니다. 방문기간 김정은위원장과 푸틴대통령사이의 회담이 진행되었습니다. 푸틴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은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며 체제보장을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는 등 북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도 방법과 절차에 대한 의견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핵 폐기라는 근본문제에서는 입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도 크게 바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이 예정되었던 일정을 다 마치지 않고 서둘러 러시아를 출발한 것을 회담결과가 시원치 않은 것과 연결시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회주의체제가 존재하던 시기 사회주의국가들은 소련을 중앙으로 하여 군사적으로는 바르샤바조약기구, 경제적으로는 경제상호원조회의(세브) 등을 통해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원칙이 사회주의나라 대외정책의 근본원칙으로 통했습니다. 북한은 자주적인 대외정책을 표방하면서 바르샤바조약기구나 세브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북한은 그 어느 나라보다 소련과 중국의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전쟁 시기 지원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전후에도 소련은 10억루블, 중국 8조 위안의 물질적 지원을 주었습니다. 거기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두 나라들의 사이를 이용해 자기의 이익을 최대한 챙겨왔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었습니다. 소련의 지휘 밑에 있던 사회주의 나라들 간의 관계는 주종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국가들 사이의 관계로 변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더는 북한을 돌봐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관계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습니다. 북한은 이전 사회주의 체제를 그리워했고 그만큼 소련과 중국에 대한 배신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김정일의 중국방문과 러시아방문으로 나라들 사이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이전 사회주의시기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나날이 고립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제국주의 압살정책이라는 피해망상증에 빠져 핵에 집착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와 핵개발의 완성으로 자존심을 회복한 북한은 고립을 탈피하고 국제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편입의 조건으로 북한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핵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핵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편입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노선을 지지해 줄 국가를 찾았습니다. 북한지도부의 눈에는 중국과 러시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비록 배신당했지만 그래도 옛날 동맹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를 믿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합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의 동맹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국, 미국 남한 일본은 적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미국이나 남한을 우방국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북한외교에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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