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평양에서 개막한 ‘봄철 녀성옷 전시회-2023′이 4일 폐막했습니다. 북한에서 조선옷 전시회는 지속적으로 열려왔지만 양복을 위주로 한 전시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10월 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문명국 건설의 구호 하에 주민들의 옷차림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전시회는 “우리의 문화, 우리 식의 멋과 향기가 차 넘치는 사회주의문명을 더 활짝 꽃피우며 피복공업을 가일층 발전시키는 데서 의의 있는 계기로 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전시회에 세계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본 딴 제품이 출품 되어 짝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공개한 전시회 사진 중 여성모델이 들고 있는 가방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벨트백, 루이비통의 몽테뉴 제품과 디자인이 같습니다. 지난 10월 전시회에선 명품 브랜드인 샤넬 로고가 박힌 가방, 버버리 체크무늬를 도용한 가방, 디올 디자인을 베낀 향수병 등이 등장했었습니다.
루이비통, 디올, 샤넬, 셀린느 같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한 것이어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재로 만든 우리의 제품”이라고 자랑하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다른 나라 유명브랜드의 제품을 공식적인 인터넷 사이트에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으로 소개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흔히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방은 합법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으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법으로 하는 경우에는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숨겨가면서 합니다. 북한도 짝퉁 담배인 던힐과 말보로 외화벌이는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방은 불법으로 베끼고도 버젓하게 공개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의류전문가도 세계적인 브랜드에 대한 초보적인 상식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외부 정보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서 국제사회를 잘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의 것을 그대로 본 따 자기의 창작물로 둔갑시켜도 대부분 속고 넘어갑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프랑스 파리에는 유명한 개선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개선문을 보면 저도 모르게 평양의 개선문이 떠오를 정도로 닮았습니다. 파리 개선문의 건립연대는 1836년입니다. 또 인도네시아에 가면 독립기념탑이 있습니다. 필자는 그 탑을 보면서 주체사상탑이 떠올라 누가 누구의 것을 본 땄는지 알고 싶어 설립된 연도를 직접 확인해보기까지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독립기념탑의 설립 연대는 1975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개선문과 주체사상탑을 김정일의 천재적인 건축 사상이 구현된 건축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지적재산권’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눈에 보이는, 형체가 있는 것만 재산으로 보고 보호하고 권리를 부여했다면 오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즉 교육, 연구, 문화, 예술, 기술 등 인간이 창조한 모든 것에 대한 재산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부여합니다. 이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은 이전할 수도 있고, 이로부터 파생된 산업에서 이익을 가질 수도 있고 국내총생산액에도 반영됩니다. 타인이 이를 침해하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유명브랜드의 제품을 베낀 물품을 전시하고 사진을 공개했으면 벌써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북한만은 예외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외국인의 출입조차 엄격히 금하고 있어 그에 대해 조사할 수 없습니다. 북한 당국의 외부정보통제는 현재도 진행 중이어서 짝퉁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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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