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질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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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후 트럼프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직접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데리고 나왔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도 이들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공군기지에 나왔습니다.

이번 석방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오래 억류됐던 사람은 김동철 목사입니다. 그는 2015년 10월 함경북도 나선시에서 체포돼 석방 전까지 2년 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198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중국으로 건너간 뒤 대북 사업에 관여하며 북한을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그가 북한 군인한테서 핵과 관련한 자료 등이 담긴 USB와 사진기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했고, 간첩활동과 체제전복 혐의로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억류된 김상덕 씨는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교수 출신으로 북한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활동을 벌였고, 체포될 당시에 대북 지원 활동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에 한 달 가량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 회계학 교수로 초빙돼 한 달 동안의 방북 일정을 마친 뒤 출국하는 길에 체포돼 ‘적대행위’ 혐의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함께 풀려난 김학송 씨는 지난해 5월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중국 조선족으로 199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미국 국적을 획득한 사람으로 2014년부터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북한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강의를 담당한 것이 아니라 주로 농장에서 학생들과 농사를 짓는 일을 했으며 현지에 유기질 발효 비료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농업 신기술 보급과 개발을 통해 현지 식량 상황을 개선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는 적대행위 혐의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국제적인 상식으로 보면 그들이 체포되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구금된 사람들에게 추가 피해가 될까 염려되어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해 헌신해온 사람들입니다. 외부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억울하게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친 그들은 형벌이 아니라 표창을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번 미국인 석방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미회담을 위한 사전 조치로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북한이 칭찬만 받을 일은 아닙니다. 북한은 1997년 한국계 미국인 헌지커를 체포했다가 미국 하원의원의 방북을 계기로 석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9명의 미국인들을 체포하고 그를 빌미로 미국 관리들의 방북을 요청하거나 방북선물로 석방시켰습니다. 북한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사람들을 붙들어 놓고 몸값을 바치면 놓아주는 해적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북한은 원래 인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보니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데 대해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 당국의 무분별한 구금행위는 억류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준 것은 물론 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과까지 가져왔습니다. 이번에 미국정부는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북한에 체포되었다가 귀국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다시금 위로를 표명했습니다.

아직 북한에는 남한 주민도 6명이나 구금되어 있고 납치된 일본사람도 있습니다. 북한정부가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한다면 이들도 지체 없이 돌려보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