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금강산 관광시설과 개성공단 시설을 합의 없이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 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2019년 2월 베트남(윁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사태 이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뒤 북한은 해금강호텔, 골프장 리조트 등 남측 자산을 완전히 해체했습니다. 또한 개성공단 출퇴근용 버스들을 평양 시내에서 이용하고 개성공단 내 남측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 사용해 상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금강산과 개성공단에서 새로운 건설을 시작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정황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과 합의한 개성공단지구법과 금강산관광지구법에서 남한에서 투자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오늘 북한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끊으려는 목적으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취소한다고 해도 그 이유를 남한이 제공하고 있지 않는 이상 남한의 투자 자산은 청산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기간에도 북한은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 재산을 동결하겠다고 남한을 위협하곤 했습니다. 북한은 남한 정부가 북한에 전단지를 보내는 탈북자들을 막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1,300만 달러의 건축비가 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이를 노동신문에 크게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투자재산을 대남정책을 통해 획득한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경제관계에서 소유권을 무시하는 행태는 남한과의 관계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자본가들의 투자를 받을 때는 온갖 좋은 약속을 다 하지만 일단 투자를 받은 후에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1970년대 북한이 대외적으로 파산을 선포할 때 자본주의 국가들에 갚지 못한 대외채무액은 1억 달러였습니다. 아직도 국제시장에는 당시의 북한 채권이 돌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8년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은 북한에 4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여 고려링크를 설립하고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6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은 시장환율로 계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에서 공식환율은 시장환율의 1/80밖에 안됩니다. 2012년까지 회사와의 독점계약이 만료되자 북한은 국가통신회사인 ‘별’을 만들고 고객을 노골적으로 빼돌렸습니다. 결국 오라스콤은 경영에서도 실패하고 투자금조차 회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이전 사회주의체제에서도 소련과 중국의 빚을 제때에 갚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1980년대에 조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마음으로 북한에 투자한 재일동포들의 투자금도 거의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북한에서는 시장화가 촉진되어 생산수단에 대한 개인소유가 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들이 이용하고 있던 상업과 서비스, 각종 생산 시설을 국가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도록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는 착취의 수단이 되며 불평등을 낳는 근원으로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지주 자본가들의 토지와 공장을 무상으로 몰수하여 국가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북한 당국의 자본에 대한 인식은 오늘에 와서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유권은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착취의 수단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유권은 개인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확장시키며 경제활동과 생산성을 높여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소유권은 경제적인 자유와 경쟁을 촉진시켜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경제발전이 억제되고, 남한과 다른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신용을 잃게 되고 북한에 투자, 또는 북한과 거래를 하겠다는 국가와 기업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북한은 후진국의 늪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북한 지도부의 소유권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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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