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도시와 농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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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모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신문에는 각지에서 모내기가 시작된 소식을 실으면서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끝내어 올해 알곡고지 점령의 돌파구를 열어제끼자'라는 제목의 사설도 발표했습니다. 사설에서는 "정면돌파 전략의 성사 여부는 주타격전방인 농업전선에서 다수확 성과를 얼마나 공고히 하고 확대해 나가는가 하는데 크게 달려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당에 대한 충성도가 알곡증산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표현된다"면서 "알곡증산에 모든 것을 다 바쳐나가는 참된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올라오는 영상을 보면 평양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평양의 거리도 현대적으로 꾸려지고 도로에 차도 늘어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평양의 대성백화점은 서울의 백화점 못지않습니다. 건물도 멋지고 질 좋은 상품도 많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북한이 정말 괜찮게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북한의 농촌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다릅니다. 아직까지 북한의 농민들은 보릿고개가 되면 풀죽을 먹는 집도 많다고 합니다. 먹지 못해 일하러 가지 못하는 농민들도 있습니다.

오늘 북한에서 제일 어렵게 사는 주민은 농민들입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북한에서 제일 못사는 직업 1위는 항상 농민입니다. 사회주의는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분배를 받는 공정한 사회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농사일은 고되고 힘든 노동에 속합니다. 그래서 1970년에 당 제5차 대회에서는 공업노동과 농업노동의 차이를 없앨 데 대한 과업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힘들게 일하는 농민들의 생활은 나아진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은 황해도와 평안도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토지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경사지가 많고 땅이 척박한데다 산성화가 심해서 정보당 수확량이 낮습니다. 게다가 농업기술수준도 낮고 기계화수준도 낮기 때문에 노동생산능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므로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농민들의 소득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오늘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의 영향이 강화되어, 태풍이나 장마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는데 산림황폐화가 매우 심각하다 보니 거의 해마다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를 입어도 다른 나라처럼 국가에서 보상해주는 제도도 없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자연재해나 힘든 노동보다 더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농민들에 대한 당과 국가의 수탈입니다. 가을이 되면 당과 국가가 군량미 명목으로 알곡을 깡그리 강탈해 가다시피 합니다. 국가는 군량미를 책정할 때 농사상황에 따라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수확을 기준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그 양을 채우고 나면 농민들은 농량조차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군량미를 내지 못하면 법적 처벌을 받기 때문에 모조리 실어가도 반항도 못합니다.

최근 북한 시장에서는 비료 값이 두 배 세 배로 오르고 있습니다. 국경봉쇄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비료는 수입제한 물품이 아닙니다. 수입제한이 아니라 비료수입에 외화를 돌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방비와 건설에 우선 돈을 돌리고 나면 농업에 투자할 돈이 없습니다. 올해 농민들은 높아진 비료 값까지 계산하고 나면 가을에 몫이 더 적어질 것입니다.

당과 국가는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고쳐나갈 대신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재촉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호의호식하는 지도부가 농촌에서 고생하는 농민들의 사정을 알 수 없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최근에도 계급교양을 강화할 데 대해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지주 자본가만 잘살고 노동자 농민은 착취 받고 압박받던 지난날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북한 현실이 계급교양에 나오는 착취사회와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