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을 둘러싼 북한과 남한,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6일 북한은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훈련과 태영호 영국공사의 발언을 구실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장하며 미국과의 회담도 재 고려해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15일 통지문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을 16일 하자고 했다가 15시간 후에 갑자기 무기한 연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하여 사람들을 아연하게 했습니다. 사실 남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훈련은 11일부터 시작한 것으로 그것을 알면서도 고위급회담을 열자고 했던 북한입니다. 김정은도 대북 특사단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태영호 공사의 발언 역시 구실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남한 체제에서 야당이 정부와 대립되는 의견을 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트집을 걸고 넘어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하게 북한지도부가 남북미 관계개선에 대한 두려움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됩니다. 북한이 이번 남북회담을 통해 발표한 핵 포기 선언은 북한이 지금까지 고수해오던 노선과 전혀 다른 것으로 간부들이 받아들이기 결코 쉽지 않은 것입니다. 북한 고위간부들의 사고는 매우 보수적입니다. 특히 북한을 지도하고 있는 당 간부들은 외국에 나가 문물을 접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60이상 나이를 먹은 사람들로 동서냉전이 가장 심할 때 교육 받고 성장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세계관은 한번 형성되면 잘 바뀌지 않습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개방과 개혁을 단행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자본주의에 대한 투항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그리고 총대가 없이는 정권을 지킬 수 없다는 논리를 주입 받아온 상황에서 이번 회담은 스스로 무장해제 하는 것 같이 생각될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계급투쟁의 논리에 빠져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원수들은 절대로 본성이 변하지 않으며 따라서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것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세상이 바뀌면 상대편도 역시 그러할 것이고 결국 무자비한 복수가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나는 배부르니 백성들 생각을 할 필요까지 없고 따라서 현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도부는 구실을 만들어 남북미 회담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간부들이 자기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번 회담이 성사되어야 합니다. 조선시대 말기 봉건 통치자들이 외국으로 통하는 문을 닫아걸고 당파싸움만 하다가 국력이 약해져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쓰디쓴 역사가 북한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지금 북한을 둘러싼 모든 나라들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에서는 당간부 참관단을 중국에 보냈습니다. 참관단의 주요 일정은 중국의 경제발전상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날 북한과 별로 다를 바 없던 중국이 개혁개방 30여년 만에 미국과 대국의 지위를 놓고 다투는 강국으로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개혁개방을 잘 하지 못해 중국처럼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사회주의시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남한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북한도 발전한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속도로는 주변국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북한과 주변국과의 경제적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주민들의 눈과 귀를 계속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날이 갈수록 주민들의 저항이 커지게 될 것이고 마침내 체제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해서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의 지지는 정권유지에서 핵보다 더 강력한 무기로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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