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어울리지 않는 지도자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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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된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코로나가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5월 22일자로 누적 발열 환자가 280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발열환자들이 고통받고 있고 사망자가 늘고 있습니다. 북한공식통계에 의하면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68명이라고 하지만 이 통계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국적인 봉쇄령이 내려지자 물가가 폭등하고 있어 주민들의 생계도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신문과 방송에서는 북한당국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에 대한 칭송이 평소보다 오히려 더 많아져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가장 취약한 국가에 속합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코로나 예방주사 접종률이 제일 낮습니다. 오늘 국제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0%인 국가는 북한과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가 유일합니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지 못한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백신의 1회분 가격은 가장 싼 것은 4 달러, 비싼 것은 37 달러입니다. 중국산은 70 달러가 넘습니다. 그리고 모든 코로나 백신은 일반 또는 극저온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병원과 진료소에는 극저온 냉장고도 많지 않고 설사 있다고 해도 전기가 부족하여 돌릴 수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난한 국가는 북한뿐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에도 북한 못지않게 경제상황이 어려운 국가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들을 위하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유니세프(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주도하에 세계에 코로나 백신을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한 코백스 퍼실리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도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아 접종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만은 열악한 보건상황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국제기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코로나 백신마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국경봉쇄로 의약품 부족사태가 일어나 주민들이 병에 걸려도 약이 없어 치료 못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비루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확산되어 봉쇄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북한 당국은 4.15, 4.25 행사를 위해 국경을 열고 필요한 물자를 들여왔으며 그 과정에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신의주, 남포에서부터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신의주에서는 4월 초부터 발열환자들이 늘고 있어 중앙에 보고했으나 북한지도부는 이를 무시하고 대규모의 4.25 열병식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열병식 이후에 1호 사진을 찍기 위해 각기 자기 부대나 대학으로 돌아갔던 참가자들을 다시 불러 올렸고 이 과정에 평양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이번 코로나 확산 사태는 북한지도부가 열악한 보건상황,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의 확산, 집단생활이 코로나 확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행사를 강행한데서 초래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는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아랫간부들이 제때에 대응 못 했다고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백신을 구입하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의 처지에 놓인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고지도부가 당연히 해야 할 대책회의나 현지 요해를 ‘인민에 대한 위대한 사랑’으로 요란하게 칭송하고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보건부문 종사자들과 전체 주민에게 떠넘기고 집단주의 미풍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돌아갑니다. 북한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신문, 방송과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주민들은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오히려 지도자 찬가가 울려 퍼지고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아연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