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어린이날과 방정환 선생

어린이날 서울 광진구 능동로 분수광장에서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가면무도회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어린이날 서울 광진구 능동로 분수광장에서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가면무도회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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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은 국제아동절입니다. 북한이 기념하는 국제아동절은 1949년 러시아에서 개최된 국제민주여성연맹 이사회에서 제정됐는데, 사회주의국가들은 이 날을 아동절로 기념해왔습니다. 남한에서는 국제아동절을 쇠는 것이 아니라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념합니다. 어린이날은 한국의 국가 공휴일로, 이날에는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선물도 사주는 등 중요한 명절로 보냅니다. 올해는 코로나 격리를 해제하는 사회 분위기 가운데 맞게 되는 명절이라 공원과 유희장과 극장 등, 가는 곳마다 어린이들과 부모들로 북적였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이날을 처음 만든 사람은 방정환 선생입니다. 독립운동가, 작가, 천도교인이었던 방정환 선생은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을 맞아 '어린이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란 단어를 처음 만든 것도 방정환 선생입니다.

방정환 선생은 1923년 ‘어른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 글에서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즉 어린이를 보살펴주고 돌보아 주어야 할 대상으로 만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존중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보통 어린이를 보살펴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들을 어른처럼 대접해주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린이는 세상에 태어나 한창 발달하는 시기로 어른에 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약합니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어린이도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어른들은 어린이를 대할 때 미성숙한 철부지, 어른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말은 무시하고 어른의 말만 절대시합니다. 어린이는 부모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아이는 나의 것이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때리고 다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100여 년 전에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할 데 대한 사상을 제기했습니다. 방정환 선생은 ‘어른에게 드리는 글’에서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고 잘못했을 때에는 성만 내지 말고 자세히 타일러 주라는 것, 부모들이 어린이와 늘 함께 할 것 등 9개 조항의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는 7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어린이 날 선언’도 함께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어린이가 생활수칙을 지키고 자존심과 포부를 키워 나갈 데 대한 당부가 들어 있습니다. 이 선언은 1924년 국제연맹이 채택한 ‘제네바 어린이 권리 선언’보다 한 해 앞서 발표된 것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어린이날을 해마다 기념하도록 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일제가 5월 1일이 노동절과 겹친다고 시비를 걸자 다음해부터는 5월 첫 주 월요일로 날짜를 바꾸어 기념하도록 했습니다. 어린이날이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자 어린이 운동이나 어린이날 행사가 민족의식을 높일 것을 염려한 일제는 1934년에 잡지 「어린이」를 폐간시키고 1937년에 소년단체 해산명령을 내렸고 어린이날 행사도 금지시켰습니다. 어린이날을 기념하지 못하도록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등 탄압이 계속되어 어린이날은 1939년부터 중단되었습니다. 다시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1946년의 첫 월요일이 5월 5일이었으므로 그때부터 남한에서 어린이날은 5월 5일이 된 것입니다.

북한은 국제아동절을 맞으면서 아이들을 나라의 왕으로 내세우고 키워준 수령의 사랑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남한은 어린이날을 맞을 때마다 방정환 선생을 회고하고 기리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