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코로나 사태와 북한의 선전선동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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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김정은이 황해도 지역에서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가정에서 마련한 약품을 황남 해주시위원회에 보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했습니다. 16일에는 “중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책임 간부들이 가정에서 성의껏 마련한 의약품을 해주시와 강령군 주민 세대들에 보내달라고 부서 초급당위원회에 제기했다”고 소개했습니다. 5월에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김정은을 위시로 당중앙위원회 일꾼과 그 가족들이 강원도 인민들에게 비상방역에 필요한 의약품과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보냈다는 보도가 났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모범을 따라 도 간부들이 지원행렬에 동참하도록 요구하면서 주민들 속에서도 자원봉사대를 조직해서 격리되어 먹을 것이 없는 가구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대는 국가가 마련한 식료품을 날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식료품을 먹을 것이 없는 가구들에 나누어줄 것을 강요 받고 있습니다. 또한 강연회에서 지도자의 모범적인 사실을 소개하면서 모든 가정에 코로나19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을 내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간부라고 해도 장기 환자가 없는 이상 남에게 나누어 줄 상자 분량의 가정용 상비약을 쌓아 놓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간부들이 지원하는 약은 약국에서 급히 구입한 약일 것입니다. 그래도 간부들은 지원금을 마련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주민들은 지원금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주민들 속에 여유가 있는 집은 극소수고 대다수 주민들은 본인도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평소에도 약과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았던 북한에서 2년 넘게 지속된 국경봉쇄 정책으로 시장이 잘 돌지 않아 대다수 주민의 수입이 급속히 줄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북한 지도부가 부족한 식료품과 의약품 보장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으니 한숨이 저절로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원수님이 지원했다는 말에 불평조차 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지원금을 내지 않으면 원수님께 반하는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 지도자가 가정의 상비약을 지원했다는 것은 희극입니다. ‘원수님’의 개인 재산이 별도로 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원래부터 북한은 모두 ‘원수님’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전 세계가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비난하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들인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과 남한에서는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과 치료비용을 전액 국가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국가 돈을 풀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계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들은 발전된 나라처럼 지원해주지는 못하지만 개인에게 돈을 걷지는 않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 속에는 국가가 어려운 때 당연히 주민들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왜 국가가 어려운가를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남한 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에 코로나 약을 제공하는 코백스, 러시아, 일본 등에서도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체제유지에 지장이 있을까 두려워 중국의 일부 지원만 마지 못해 수용하고 다른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의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돈이 없어 식량도, 의약품도 공급하지 못하면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핵 미사일 개발은 지금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제 반핵 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최근 공개한 ‘2021년 글로벌 핵무기 지출’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해 핵무기 개발에 6억 420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돈으로는 국제시장에서 쌀 150여 만 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코로나19 비용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면서도 이를 수령의 인민 사랑, 사회주의 대가정의 미덕 미풍으로 체제강화에 이용하고 있는 북한의 선전선동 능력에 다시금 놀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