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한의 인터넷에 “여기가 북한이냐?”라는 제목의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궁금해서 클릭해보니 한 남성이 웃옷을 벗고 강변에서 운동을 한다고 경찰이 단속한 사건을 소개한 기사였습니다. 남한에서는 남성들도 공공장소에서 웃통을 벗는 것이 비도덕적인 것으로 됩니다. 그런데 단속된 남성은 경찰이 웃옷을 입으라, 웃옷을 벗고 운동할거면 집으로 가서 하라고 요구하자 "날이 좋아서 웃통 벗을 수도 있지. 여기가 북한이냐. 이게 대한민국 맞냐"라고 반발했고 기사 제목은 ‘여기가 북한이냐?’로 되었습니다.
‘여기가 북한이냐?”는 문구는 이 기사에서 처음 쓰인 것은 아닙니다. 남한에서 자유를 억제하는 사건이 생기면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흔히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을 덧붙입니다. 주민들의 일상에서 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민주주의 원칙과 어긋나는 일이 생겼을 때 의례히 등장하는 말은 ‘여기가 북한인가?’ 입니다.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은 남한에서 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일본, 중국에도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일본의 아베 전 총리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연설을 지지하여 자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인터넷에는 일본이 북한이냐? 일본은 동조선 등의 비난이 잇달았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체체가 수립되면서 중국인들이 이를 비난하는 말도 “서조선”입니다. 중국 정치체제가 북한을 본 따고 있다고 비꼬는 말입니다.
여기가 ‘북한인가’하는 말은 유럽과 북미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을 때 서방국가 주민들은 코로나 예방주사를 의무적으로 맞으라는 국가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예방주사가 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가 이를 강행하자 트럭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트럭대열의 앞에 한 노동자가 구호판을 들고 있는 사진이 게재되었는데 구호판의 문구는 “여기가 북한이냐(Is this North Korea?) “ 였습니다. 2015년에 그리스에서 재정위기로 은행에서 현금을 조금씩 밖에 주지 않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그리스 주민들이 취재하는 기자에게 한말은 “여기가 북한이냐 현금배급을 받게” 였습니다.
오늘 세상 사람들은 자유가 침해당해도 북한과 비교하고, 불공정한 통제가 가해지고 있다고 느껴져도 먼저 북한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북한이란 이름이 독재정치의 대명사로 된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바깥세상에 나가지 못하고 일생 그 안에서 갇혀 살다 보니 그 체제가 인간으로서 자유와 권리를 얼마나 무참하게 짓밟는지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며 살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이 21세기에 북한 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을 보면 참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가 없는 곳, 당국이 주민들의 일거일동을 통제하는 곳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는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오늘 국경이동이 날이 갈수록 더 자유로워지고 있지만, 북한 지도부는 시장에 의존하여 살아가던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는 것도 아랑곳 않고 국경을 제2의 군사분계선으로 만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소년교육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연이어 제정하여 주민들이 드라마나 영화도 당과 국가가 지정한 것만 시청하도록 하고 지어 옷차림과 말씨도 모두 국가가 통제하고 있습니다. 10년 군복무도 세상에 없는 일인데 청년들을 돌격대, 힘든 초소 지원의 명목으로 강제동원 시키고 있는 곳도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주민들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여기가 북한이냐?” 라는 세상 사람들의 외침이 북한에 전달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