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늘어나는 세외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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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세외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세외부담이란, 명칭은 붙지 않았지만 조세처럼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징수되는 주민부담을 가리키는 말로 이름만 다를 뿐 사실은 세금입니다. 북한에서는 노래에도 있는 것처럼 오래 전부터 ‘세금 없는 우리나라’를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세금 없는 나라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모든 나라는 국방비, 국가기관 유지 등 국가를 운영하는데 돈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국민소득 대 국방비의 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국가기구도 적지 않게 큽니다. 그러므로 국가를 유지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운영에 필요한 돈을 주민에게 받는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자본주의나라는 공장 기업소가 개인소유이기 때문에 기업가나 노동자, 농민들이 번 소득에서 일정부문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시기 북한은 구태여 주민들에게서 돈을 걷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국가가 기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소에서 번 돈을 직접 국가가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무상치료제, 무료의무교육제를 실시했고 주택과 배급도 주었습니다. 대신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극히 적은 돈만 생활비로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국가기업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다 보니 국가로 입금되던 수입금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100만이 넘는 군대를 유지하면서 먹을 것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영양실조자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 대사관 경비도 대주지 못해 대사관에서 불법으로 돈벌이를 해서 세상의 화젯 거리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돈 없는 대신 공무원, 노동자, 농민들을 무상으로 일을 시키는 방법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무상치료제와 무료의무교육제를 자랑하지만 그 제도는 의사와 교원들의 무상노동과 주민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공장 기업소 운영과 도시경영도 주민들을 무상으로 일 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노력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돈과 물건을 더 걷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당과 국가의 정책인 나무심기, 가물과의 전투, 발전소건설 거름생산부터 파철, 군대 지원, 외화벌이용 약초, 지어 저금까지 모든 것을 주민세대에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장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돈으로 계산되어 주민들에게서 직접 돈을 걷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사회는 세금을 걷습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자본주의사회의 세금제도가 북한의 세외부담이나 무상노동보다 훨씬 공정하고 합리적입니다. 남한만 보더라도 돈을 버는 정도에 따라 세금이 부여됩니다. 돈을 최저생계비보다 적게 버는 사람은 애초에 세금이 없고 그보다 좀 더 벌어도 상당 수준까지 세금을 거의 내지 않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남한에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의 비율이 47.6%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세외부담은 이러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인민반, 직장, 학교에서는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똑같이 세외부담을 져야 합니다. 지금 인민반에서 걷는 돈은 잘사는 집에서는 그리 큰 부담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루 세끼 먹을 것을 마련하기도 벅찬 집에서는 세외부담으로 바치는 돈이 수입의 1/3에 이릅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사회처럼 공정한 세금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더 편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러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주민들이 세금을 내서 국가가 운영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을 잘하지 못하면 주민들이 공무원들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너희들이 타는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데? 우리가 낸 세금이야.” 그러나 북한에서는 주민들의 공짜노동과 세외부담으로 국가가 운영되지만 모두 당과 수령의 은혜로 둔갑합니다. 그리고 간부들이 큰 소리를 칩니다. 당과 수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