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마약범죄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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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금속공업법, 화학공업법, 기계공업법과 함께 마약범죄방지법이 전원일치로 채택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약범죄방지법이 채택된 것은 북한에서 여전히 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북한에 마약이 광범하게 퍼져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북한의 마약사용인구가 전체인구의 10%, 심지어 30%라고 쓴 기사들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마약이 퍼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지도부에 책임이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오래전부터 마약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북한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마약 중개상을 하면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고 국가재정이 바닥이 나자 국내에서 직접 마약을 생산하여 밀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협동농장들에 '백도라지'라는 가명 하에 양귀비 밭을 조성했고 거기에서 거두어들인 아편으로 모르핀을 생산해서 해외에 불법 수출했습니다. 북한에서 마약 생산은 모르핀으로부터 화학적 마약생산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해외에서 마약 원료를 수입하여 합성 화학 마약인 필로폰을 대량 생산해서 밀수로 다른 나라에 판매했습니다. 외화벌이 회사들은 마약을 대량 생산구입하여 중국에 밀매했습니다. 중국은 아편전쟁으로 나라가 망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합니다. 외화벌이를 하려고 중국에서 아편을 팔다가 잡히면 북한정부는 국가는 모르는 일이라고 외면했고 당사자만 사형을 당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소문이 났고 북한지도부는 공식적인 마약 생산을 중지했습니다.

그러나 마약은 북한전역에 급속히 퍼졌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공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마약을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약은 한탕만 잘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인정되어 너도나도 마약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생산된 마약은 주로 중국에 밀수출했는데 중국의 강력한 통제정책때문에 미처 팔지 못한 마약은 북한주민들에게 팔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서 마약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마약이 효과적인 치료약으로 인식되고 있어 약으로 쓰는 사람들도 많고, 마약의 각성 작용과 환각 작용을 잊지 못해 한번 두 번 쓰다가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마약은 인기가 높아져서 뇌물로 쓰기 좋은 수단이 되었습니다. 마약은 간부로부터 가장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까지 누구나 구입해서 이용하는 상비약이 된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뒤늦게 마약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마약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형법에 비법아편재배 및 마약제조죄, 비법마약사용죄, 마약밀수 및 거래죄를 규정하고 처벌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습니다. 2007년만 해도 마약관련범죄는 3개월 이하의 노동단련형으로 처벌받았으나 2015년에는 형량을 늘리고 심한 경우 사형도 할 수 있다고 법 조항을 수정했습니다. 이번 최고 인민회의에서 마약범죄방지법을 채택한 것도 이와 같은 대책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북한지도부는 마약 생산과 유통을 막기 위해 당, 사법, 검찰이 모두 나서 통제하도록 조치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생산하고 있고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통제로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통제하는 사람들이 회수한 마약을 시장에 되팔아 돈으로 바꾸거나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법을 만들고 단속과 통제로 마약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통제만으로 마약 범죄를 근절할 수 없습니다. 마약 범죄를 없애려면 마약을 생산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일거리를 마련해주어야 하며,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