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실패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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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의하면 최근 북한에서는 축산업발전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축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당면하게 협동농장들의 공동축산과 농촌세대들의 개인축산을 발전시키는 것을 과업으로 내세웠습니다. 또한 알곡사료가 부족한 조건에서 풀 먹는 집짐승인 토끼, 양, 염소를 많이 기를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축산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선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알곡생산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재 북한주민들의 체력은 주변 나라들인 중국 특히 같은 민족인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합니다. 북한 청소년들의 키는 남한에 비해 10~20cm 작고 북한주민의 평균수명은 남한보다 12년 더 적습니다. 그 이유는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 특히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청소년기가 지나면 성장판이 닫히므로 이후에는 아무리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도 체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주민들의 체력문제를 해결하려면 단백질과 지방섭취를 늘려야 하며 그를 위해 고기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대책으로는 축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 초에 풀과 고기를 바꾸라는 구호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협동농장 공동축산을 기본으로 하면서 농민들의 개인부업축산물을 배합할 데 대한 방도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최근 제시하고 있는 축산업발전 정책은 1960년대와 크게 다른 것이 없습니다. 반세기 동안 같은 정책을 추진시켜왔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그 원인을 간부들과 주민들이 정책관철에 투신하지 않은 데서 찾습니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투신하지 않았던 간부들과 주민들이 오늘에 와서 축산업발전에 헌신한다는 담보는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지난 사회주의시기보다 주민들의 당에 대한 충성심과 당 정책 관철에서 헌신성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그러므로 지난시기와는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합니다.

남한도 1960년대까지는 고기를 충분히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민들의 고기소비량이 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남한에서는 필요한 육류를 많이 수입했지만 동시에 국내 축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주민들에게 사상적으로 동원되라거나 집단을 위해 대중적 영웅주의를 발휘하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는 축산업이 발전했고 주민들의 단백질 섭취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남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경제의 빠른 발전과 시장경제 덕이었습니다.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주민들의 수입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고기를 늘 먹을 정도로 소비수준이 높아졌으며 시장은 돈을 벌기 위해 이러한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하다 보니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해냈습니다.

북한에서도 2000년을 전후한 시기 염소와 토끼 기르기를 대중적 운동으로 전개했습니다. 염소사와 토끼사를 짓는데 주민들을 동원시켰고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염소와 토끼를 들여놓았습니다. 그러나 염소와 토끼를 길러서 수익을 낼 수 없었습니다. 축산기술도 부족하고 조건도 열악한데다 염소와 토끼 생산이 종업원들의 수입과 전혀 관련이 없다 보니 누구도 열성을 내지 않았습니다. 얼마 못 가서 염소와 토끼는 다 사라지고 산골짜기에 빈집만 덩그렇게 남았습니다. 염소 젖을 인민들에게 푸짐하게 공급하겠다는 선전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참고 건설에 동원되었던 주민들은 생산된 염소 젖이나 염소고기를 구경조차 못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지금도 그 때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고기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난 시기 실패가 확증된 대중운동을 다시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며 그러자면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