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되돌아 보는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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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광복절은 조국해방의 위업을 이룩한 수령의 업적을 되새기는 날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8월 9일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들에 조국 해방을 위한 총 공격전을 개시할 데 대한 명령을 하달했고 이 작전 전반을 지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국 해방을 위한 총 공격전은 소련군에 의해 진행되었고 결국 소련에 의해 북한이 해방되었습니다. 당시 소련 하바롭스크 지역에서 야영하며 군정 훈련을 진행하던 조중항일연군 부대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해방 후와 전후에 북한에서 발간한 신문과 책들에는 소련의 스탈린과 소련군대를 조선의 해방자로 칭송했습니다. 김일성의 연설문에도 마지막 구절은 "스탈린 만세! 소련군대 만세"로 끝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오면서 이런 구절이 사라지게 되었고 전후 태어나 자라난 세대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에 참가하여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했고 조중항일연군 내에서 싸움 잘하는 지휘관으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일제시기 수많은 조선의 아들딸들이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싸움을 잘 한 지휘관은 김일성 외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의 투쟁 업적을 부풀렸을 뿐 아니라 그에 저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다른 사람들의 업적은 모두 없앴습니다. 심지어 권력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항일 투사들을 종파로 몰아 숙청했습니다.

김일성은 조국 해방의 영웅으로 등장한 이후 국가를 자기의 사적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역사에서 독재자로 평가받고 있는 스탈린과 모택동도 권력을 자기의 자식에게 넘겨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는 과감하게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은 정권을 아들에게 넘겨주었고 아들은 또다시 자기의 자식에게 넘겨주어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3대세습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권력세습은 국가발전에 치명적 영향을 줍니다. 권력을 물려받은 자식은 자기의 정당성이 선대 지도자에게서 나오므로 그의 모든 것을 무조건 계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선대 지도자의 노선에서 한치의 드팀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김일성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를 나라의 곳곳에 걸었습니다. 김정은 역시 아버지로 인해 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의 노선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늘 북한은 인민이 주인으로 된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나라가 사유화 되다 보니 지도자와 그 일가만 권리가 있을 뿐 노동자와 농민은 물론 최고 지위에 있는 간부조차도 정치적 권리가 없습니다. 북한주민은 지도자의 의도에 맞게 말을 하고 행동하고 지도자에게 충성해야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해방 후 70여 년, 남북의 하늘과 땅 같은 차이는 3대세습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 남한은 대통령이 계속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이를 정치적 혼란으로 남한이 곧 무너질 징조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남한에서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고착되었습니다. 주민들은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까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남한은 경제적으로도 세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최근 한국은 주요 경제지표에서 일본을 추월했습니다. 교육분야에서는 70%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성인도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남한의 영화, 드라마, 음악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북한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도 남한 문화 유입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면에서 오히려 과거보다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조국 광복은 북한주민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나? 다시금 생각해보는 8월 15일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