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의 비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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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5일,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실업률 등을 발표하면서도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대학졸업생이 추가되는 7월 청년 실업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지만 발표를 중단한 것입니다. 중국 통계국은 이 문제에 대해 “청년의 연령범위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불리한 통계 발표를 금지하는, 정보 비공개 정책의 강화로 보고 있으며 중국 경제지표의 불투명성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 뉴스를 들으면 중국 당국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왜 국가가 통계를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통계의 발표여부는 지도부가 정하는 것이고 공개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국가운영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많은 국가들이 정보 공개 정책을 추진하며 시행하고 있습니다. 남한만 보더라도 ‘이렇게 국가비밀을 알려도 되나?’ 걱정할 정도로 정보가 공개됩니다. 남한에서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주민들이 국가 기관에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컴퓨터나 손전화로 국회 사이트에 접속하면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회의를 참관할 수 있고 국가통계국 사이트에 접속하면 각종 국가 통계를 다 볼 수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나라의 각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며 최근에는 주민들도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어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모든 것을 공개하면 국가가 위험에 처하지 않겠는가 생각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정보공개가 국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국가 발전을 촉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국가의 공정한 운영이 수령의 현명한 영도나 당과 보위부, 안전, 검찰기관의 통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이것이 주민의 감시와 참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보공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는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력의 남용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정보공개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정보공개는 정부의 자원 사용과 각종 정책 실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정보공개는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됩니다.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고 국가 운영이 투명하며 예측 가능해야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공개된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고 연구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어떠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모든 나라들이 의례히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이나 1인당 국민소득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국가예산도 절대값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작년에 비해 몇 퍼센트 증감했다는 상대적 숫자만 발표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가의 우월성을 선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실만 과장해서 보여줄 뿐 조금이라고 체제유지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으며 주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조차 범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장물가도 외부에 전달하면 간첩으로 몰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정보공개 제한 정책으로 자국 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를 잃고 있고, 중국에 대한 투자 감소로 경제발전에서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밀주의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을 불신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비밀주의는 지금 당장은 체제유지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체제붕괴를 촉진하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