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한 어린이들이 ‘깐부’, ‘짱’과 같은 남한 말을 쓰고 있어 그를 단속하고 속출해내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깐부’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남한의 속어입니다. 이 단어가 주목받게 된 것은 2021년 남한에서 만든 드라마 ‘오징어게임’ 때문입니다. 456억 원(약 4,0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경쟁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경기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94개 나라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에 올랐으며 세계에서 이름난 상을 다 휩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에서 나온 말이 유행되게 되었는데 이를 북한 어린이들도 쓰게 된 것입니다. 북한에서 이전에는 ‘오빠’, ‘자기야’라는 말이 대표적인 남한말로 거론되었는데 최근에는 ‘남친’, ‘여친’,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말과 함께 남한에서 유행하는 외래어인 ‘맘’, ‘카리스마’, ‘브라더’ 심지어 남한의 비속어인 ‘쪽팔리다’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만 남한 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한주민들도 북한말을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난의 행군’은 남한에서도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남한주민들도 너무 어렵고 힘든 상태를 ‘고난의 행군’이라 하고 있으며 이는 남한신문의 제목으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도 북한말을 전파하는 데서 영화나 드라마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조한 낙하산을 착용하고 산에서 허공으로 뛰어 내려 비행하는 운동인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남한 아가씨가 돌개바람 때문에 북한으로 넘어 가게 되어 북한의 총각 군관과 연애하게 된 과정을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북한말이 남한 주민들 속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북한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수가 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말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언어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합니다. 이미 쓰이던 단어의 의미와 발음이 변하기도 하고 일정 지역에서만 쓰이던 방언이 전국적으로 쓰이는 표준어가 되기도 합니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고 서로 다른 언어가 섞이기도 합니다. 남과 북은 너무 오랫동안 분열되어 살아오다 보니 언어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남북의 단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까지 한다면 그것은 민족통일을 위해 바람직한 일입니다.
북한은 민족을 특징짓는 중요한 징표로 핏줄과 언어를 지적합니다. 남과 북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으니 통일을 위해서는 언어를 통일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남과 북의 교류를 강화해서 자연스럽게 언어가 섞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남북 당국은 언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남북 언어를 담은 겨레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사업을 합의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은 주민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남한말이 유행되는 것을 무섭게 경계하고 있습니다. “우수하고 순수한 평양 문화어를 적극 살려 쓰며 우리 식이 아닌 말투와 외래어가 절대로 끼어들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고 교양하는 한편, 남조선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을 속출하여 법적 처벌까지 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말을 써도 누구도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말을 더 알리기 위한 각종 운동을 벌리고 있는데 왜 북한은 남한말을 쓰면 법적 처벌까지 하면서 막고 있을까?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부르주아 사상문화가 썩고 병들어서 주민들을 정신 도덕적으로 부패 타락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남한으로 넘어갈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이 자랑하는 핵무기보다 남한의 언어가 더 힘이 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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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