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먹는 물로 본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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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반도는 예년에 비해 많은 태풍을 겪었습니다. 대부분 태풍이 남해안 쪽으로 지나갔으나 원래 자연재해에 취약한 북한은 남한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 살림집과 도로, 농작물 손실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간 후 확산되고 있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함구했습니다. 뉴스에 의하면 황해남도에서는 태풍이 지나간 후 각종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으로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평안남도 지역에서는 A형 간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9월 하순까지 평안남도의 한 병원 간염병동에서 사망한 환자만 해도 7명이라고 합니다.

이질,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A형 간염은 모두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북한에만 전염병이 퍼진 것은 북한의 열악한 식수공급 때문입니다. 1990년 고난의 행군 때도 많은 주민들이 수인성전염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북한경제의 파산으로 수원지에서 소독약이 없어서 수돗물을 소독하지 못하고, 수도관들이 낡아서 도중에 파손된 것을 제때에 수리복〮구하지 못했습니다. 물을 끓여 마시라고 선전했지만 연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물을 끓여서 쓴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오염된 수돗물을 먹은 주민들은 집단적으로 전염병에 걸렸습니다. 병원에는 침대가 부족해 환자가 넘쳐나는데 치료약은 말할 것도 없고 수액마저 부족해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습니다. 기초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없어 숨졌습니다.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예방약이 공급되면서 여름이면 유행되던 콜레라, 파라티푸스, 장티푸스는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열악한 식수공급 상황을 개선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은 도시가 크지 않고 수량, 수질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수돗물 공급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괜찮다는 평양시조차 물을 하루에 한 두 시간, 1~2회밖에 공급하지 못합니다.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도시들의 상황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합니다. 물을 푸지 못해서 아파트 고층은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물소독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 수도관이 너무 낡아서 쩍하면 터지고 물이 샙니다. 물을 보내다 중지하면 터진 지역의 흙탕물이 그대로 수도관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가 하면 아예 수도화가 되지 않은 곳들도 많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압록강 주변에서 사는 주민들은 압록강 물을 길어다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빨래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물을 길어 갑니다. 겨울에는 압록강의 얼음을 까고 물을 길어가고 있습니다. 압록강 주변에 사는 인구가 많은데다 북한은 오수정제시설이 없어서 오수를 그대로 강으로 흘려보냅니다. 하류로 내려올수록 오염정도는 더 심해집니다. 길어간 강물을 끓여 먹겠지만 채소를 씻고 그릇을 가시는 물까지 다 끓여 쓸 수는 없습니다. 수해가 나면 도시가 물에 잠겨 각종 오물이 다 강물로 씻겨 내려가는데 소독을 제대로 못해서 먹으니 전염병이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입니다.

북한보다 더 심한 태풍피해를 입은 남한은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된 것이 없었습니다. 남한의 먹는 물 관리는 매우 철저합니다. 그래도 남한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샘물을 사서 마시거나 집집마다 정수기를 놓고 수돗물을 다시 정수해서 먹습니다. 그로 인해 소비되는 플라스틱 통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다 물을 사서 먹으니 재정적으로 낭비가 많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집마다 다니며 수질검사를 해주고 텔레비전에서는 수돗물이 안전하니 그대로 마셔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정말 판이한 두 세상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