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보고서에서 북한을 '결핵 고부담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인구 10만 명 당 100명 이상 결핵이 발병하는 나라를 결핵 고부담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작년 기준으로 북한의 결핵 환자 수를 13만 1천여 명,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2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결핵 환자 수는 전년과 비슷하지만 연간 사망자 수는 1만 6천명에서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결핵 사망자 수는 주민 10만 명당 80명인데, 이는 한국의 4.8명 보다 16배, 세계 평균인 20명 보다 4배 높은 수치입니다.
1990년대 경제파산으로 북한의 보건 상황은 매우 악화되었습니다. 위생환경이 열악해진데다가 약이 부족하여 예방치료를 하지 못하다 보니 전염병이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의 경제상황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의료보건상태도 이전보다는 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돈 있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돈 없는 사람들의 처지는 고난의 행군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은 공식적으로 무상치료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 가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결핵은 물론, 말라리아,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간염 등 각종 전염병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염병을 막자면 치료예방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북한지도부의 보건사업에 대한 투자는 특수층을 위한 병원을 건설하는데 국한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정권이 등장한 이후 건설한 옥류아동병원, 유경치과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병원이라고 자랑하지만 거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에게 치료 혜택이 돌아가자면 전국의 진료소, 군병원, 도병원에 약과 의료설비를 공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로서는 그렇게 할 돈도 없고 투자한 비용에 비해 선전효과도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자신들은 예산을 투자하지도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지원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모금 활동도 하고 지원된 금액이 실제로 주민들에게 차례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 외부로 전해지는 것이 싫어서 그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은 지난 6월에는 이 단체들에 상주인원을 올해 말까지 절반으로 줄이라고 명령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단체들은 지원금의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고 위험 관리 수준이 미흡하다며 대북지원사업을 중단하거나 금액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원금 부족으로 내년 6월이면 북한 내 결핵치료제가 동이 날 상황에 처했습니다. 다행히 글로벌 펀드가 환자들의 치료 현장 접근과 독립적 검증, 환자를 위한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약정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대북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펀드는 2010년부터 북한의 결핵과 말라리아 환자 치료, 예방을 위해 지금까지 1억여 달러를 지원했고 지난해 북한 내 결핵환자 약 9만 명을, 2017년에는 10만여 명을 치료했습니다. 이 기구의 기금 93%는 각국 정부가, 나머지는 민간 기업들의 지원으로 이뤄지며 미국이 최대 기부국입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한 달이 넘도록 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핵 약이 없어 죽어가는 주민들보다 주민들이 외부정보에 노출되고 북한 실상이 외부에 전달된다는 것이 더 마음 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지금까지 체제유지를 위해서 주민들의 희생을 당연시해 왔고 오늘도 그러한 행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