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어머니도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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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북하나재단에서 정착경험사례 발표대회가 열렸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들을 도와주는 기관입니다. 남북하나재단은 해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정착수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탈북민이 자신의 정착과정에서 겪은 일과 경험에 대해 쓴 수기를 써서 제출하면 그 가운데서 선발된, 우수한 글을 저자가 직접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응모한 수기가 60여 건이었는데 그 중 8건이 당선되었습니다.

당선된 8명의 탈북민 중 여성이 5명이었습니다. 그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30대를 넘어서 남한에 입국했고, 북한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형식적으로 졸업증만 얻은 여성들이었습니다. 전문지식도 없었고 특별한 경력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탈북 여성들에게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자본주의사회는 돈 없으면 배울 수 없는 사회, 여성이 차별받고 천대받는 사회”라고 선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남한은 배움에 있어서 성별, 연령, 성분, 돈 같은 것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기술을 가르쳐주는 직업학교가 지역마다 있고 배움에는 성별과 연령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며 탈북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각종 지원제도가 있습니다. 여성들이 배우는 데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기초지식이 남한 사람들에 비해 약한 조건에서 나이가 들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자체가 두려웠고 이해가 안 되고 기억력이 약해서 ‘내가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하는 동요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발표에 참가한 여성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컴퓨터를 다루는 가장 기초적인 교육부터 시작하여 경제, 회계, 간호, 축산 등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했고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리고 습득한 기술을 가지고 직업을 찾았습니다. 발표자들 중에는 인터넷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창업하여 연간 수십 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여성, 시골에 가서 소를 기르기 시작하여 150여 마리의 소를 기르는 축산업자가 된 여성,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고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센터를 만들고 운영하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들어갈 수 있는 은행과 공공기관에 자신의 실력으로 취직하여 맡은 일을 능숙하게 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발표에 참가한 모든 여성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는 무거운 부담을 지고 있지만 그 방법으로 가능한 것은 낙후된 시장 상업이나 수공업, 농사 같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여성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자신의 앞날에 대한 희망을 접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탈북 여성들이 북한에 있었다면 처녀시절에도 못한 공부를 30, 40대에 시작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성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녀도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앞날을 설계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정착경험 발표대회’가 열린 날은 11월 15일로, 북한의 어머니날 전날이었습니다. 어머니날을 맞으며 북한에서는 명절 상품도 판매하고 여러 가지 행사도 크게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들의 역할로 주문한 것은 “자식들을 조국의 미래를 떠메고 나갈 주인공들로 키워 국가에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것은 “북한 여성들의 크나큰 영광이며 행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남한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위해 자신을 전적으로 희생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여성들도 남성과 같이 꿈을 가지고 그를 실현할 권리를 더 주장합니다.

북한의 어머니도 자신을 위한 꿈을 꾸는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