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의 담화가 발표되었습니다. 남한의 방송과 신문은 이에 대해 보도하면서 ‘도 넘은 김여정 막말 비난 담화’, ‘통일부-김여정 막말 담화에 매우 개탄: 도적이 매를 들어’, ‘김여정 막말담화를 통해 추가 도발 명분 쌓는다’, 등 하나와 같이 기사 제목에 ‘막말 담화’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사전에 의하면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하는 것입니다. ‘막말’에는 독설, 망언, 욕설이 있습니다. 독설은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 ‘망언’은 이치나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하는 말, ‘욕설’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나 남을 저주하는 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남한에서는 막말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누구나 인터넷에 자기의 의견을 담은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는데 이를 ‘댓글’이라고 합니다. 댓글 가운데는 칭찬하는 글도 있지만 상대방을 비난하는 글이 도를 넘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직장이나 공공장소에서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막말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고 정신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한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법적 조치까지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담화가 이러한 막말의 범주에 속하게 된 것입니다. 김여정 담화에서는 남한의 대통령을 “멍텅구리, 천치 바보”, 남한을 “남조선 것”으로 지칭하면서 “충견, 졸개로, 뼈다귀나 갉아 먹으며 돌아치는 들개” 등으로 모욕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정권을 보고 있지만 말라”고 부추기고 “분노의 올가미” 등의 막말로 위협했습니다.
냉전시대 남북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 폭력적인 막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해체되고 남북 간의 교류가 늘면서 남한은 공식적인 말이나 글에서 막말을 없앴으며 시종일관 북한을 존중해왔습니다. 북한도 남한에 대한 비난은 지속해왔지만 공식적인 문서에서는 야비한 언어와 폭언을 피해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특히 2010년대 후반기부터 조선노동당 간부들의 이름을 딴 담화가 막말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 김여정 담화입니다. 김여정은 올해만 해도 4차례에 걸쳐 담화를 발표하면서 욕설, 독설, 망언을 퍼부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열등감을 들고 있습니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은 막말을 통해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는 다른 사람을 과격한 언어로 지적하고 공격함으로써 우월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막말을 하는 원인은 관심이 목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막말의 자극적인 글들은 많은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을 관심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는 사람들이 막말을 하게 됩니다. 북한의 막말담화가 발표되면 남한뉴스에서 주목을 받으니 자신이 남한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착각해서 이를 반복하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릇된 정의관도 막말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상대가 잘못했으니 욕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잘못의 기준이 날조나 자신만의 주관적 기준일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의 계급투쟁론이 매우 정당하며 국제사회에서도 통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급적 원수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남한의 상층부나 부자들은 모두 계급적 원수로, 그들에게 인간다운 대우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따라서 가장 모욕적인 말을 골라서 담화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에 들어와 발표한 막말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 이번의 담화였습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횟수가 갑자기 늘고 있는 가운데 막말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것은 보이는 것과 반대로 북한지도부의 불안이 증대되고 자존감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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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