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물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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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시의 일부 지역에서 한 달째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전기가 오지 않아서 물을 푸지 못해 수돗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에 강가에서 얼음을 까고 빨래하고 물을 긷는 혜산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더욱이 요즘에는 국경봉쇄까지 해서 압록강에 나가는 것을 차단하다 보니 물을 얻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세계에는 북한 외에도 물 고생을 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텔레비전에서는 아프리카의 사막지대에 사는 주민들이 물이 없어 고생하는 영상이 오르고 있습니다. 10리 넘게 떨어진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다 먹는 장면을 보면서 세계가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물이 풍부합니다. 북한의 모든 도시는 강을 끼고 있으므로 수원이 풍부하고 물의 질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도시 주민들은 물이 없어 고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물 고생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에도 평양에서조차 물 공급을 정상화하지 못해 하루에 한두 시간 씩 물을 주는 '시간 물공급제'를 실시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시간 물공급조차 제대로 안되어 고생했습니다. 지방도시에서는 수돗물을 소독하지 못하고 상수도관이 터진 것을 제때에 수리하지 않아 오염된 물을 먹고 많은 주민들이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걸려 사망까지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이 끝났다고 선포했지만 지금도 주민들의 물 고생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물 공급이 잘 되지 않는 원인은 전기가 부족하고 양수 시설과 상수도 망이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양수 능력이 부족해서 아파트 고층까지 물을 퍼 올리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 도시들에 상하수도 시설이 낙후되어 상수도가 터지고 하수도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수인성 전염병도 없어지지 않고 있지만 국가에서는 물을 끓여 먹으라는 지시 외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심지어 새로 짓는 아파트도 상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입주한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정권이 들어선 후 북한은 건설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건설을 김정은 정권 10년의 성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 공급 문제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최근 북한지도부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구호는 '인민대중 제일주의'입니다 북한지도부는 간부들이 인민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애로를 알아보고 풀어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 공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간부는 없습니다. 하기는 식량이 없어 굶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 공급문제를 논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북한당국이 해결할 수 없다면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국제사회에 지원요청이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남한이 도울 수 있게 문을 열어놓으면 될 것입니다. 남한에는 아프리카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 우물 파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한주민들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 주기 위해 돈을 내거나 직접 가서 우물을 파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너도나도 나설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할 수 없다면 시장에 맡겨도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물을 길어다 파는 서비스가 생겨, 물을 사서 쓰는 가구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가가 시장 활동의 자유를 더 허용했더라면 아파트에 물 공급 설비를 설치해주는 업자들이 생겼을 것이고 지금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도 해주지 않으면서 시장의 개입도 막아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물 공급도 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압록강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은 반인민적 정책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당장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