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당국은 알곡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습니다. 알곡수매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도록 당과 농업부문 간부들을 총화 명목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할당된 알곡수매계획량을 채우기도 힘들어하는 농민들에게 '애국미 헌납'이란 명분으로 추가 수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인들의 소토지에서 수확한 알곡까지도 수매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추수 탈곡 시기 북한 농촌은 전쟁터입니다. 추수 때가 되면 인민군대가 총을 들고 논밭과 탈곡장을 지켜 섭니다. 국가에서는 군량미를 자각적으로 바치라고 하면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으니 아예 군대에 논밭을 떼어주고 직접 탈곡한 곡식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다 빼앗기면 굶어야 하니 기회만 생기면 불법으로 곡식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시, 군에서는 자기 지역의 곡식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안전원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알곡수매계획을 하지 못하면 감추어 놓은 알곡을 찾기 위해 집을 수색하는 것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북한당국의 잘못된 수매 정책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양곡의 수매 가격을 시장가격의 1/3정도로 터무니없이 낮게 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격은 생산비조차 보상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그러므로 수매한 양곡의 생산에 들인 생산비를 나머지 알곡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그런데 알곡수매량은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알곡수확량을 측정한데 기초하여 수매량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확량이 아닌 알곡 계획에 근거하여 식량수매량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세워 하달한 알곡 생산계획은 너무 높아 실현 불가능한 계획입니다. 국가에서 하달한 계획이 매우 높은데다 아래로 내려오면서 계속 계획량이 증가하다 보니 마지막에는 실제 생산량보다 거의 두 배 되는 생산 계획이 하달되고 있습니다. 그 계획에 기초하여 바쳐야 할 수매량이 결정되므로 탈곡이 끝나서 군량미와 국가배급미를 바치고 나면 농민들에게는 농량조차 남지 않습니다.
결국 북한의 알곡 수매는 강제 공출입니다. 식량공출이란 식량의 자유로운 유통을 통제하고 농민으로 하여금 할당받은 일정량의 농산물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팔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일제는 대동아전쟁을 일으키면서 전쟁에 필요한 알곡을 조달하기 위해 1940년 초부터 식량공출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남는 알곡만 공출했지만 나중에는 가구에서 소비해야 할 식량을 국가가 정해놓고 그 외의 알곡은 전부 바치도록 했습니다. 그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지금 북한의 상황과 너무 비슷합니다. 일제는 전쟁 상황이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농업투자 부족으로 알곡생산량이 줄어들자 시, 군별로 의무수매량을 과도하게 하달하고 농민들이 먹을 식량도 남기지 않고 징발했습니다. 그때도 경찰과 관료들이 숨겨놓은 알곡을 찾기 위해 집을 뒤졌고 알곡을 강제로 징수해 갔습니다. 그래도 일제시기 쌀 수매 가격은 북한보다는 나았습니다. 수매가격으로 생산비를 보상하고도 조금 남는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오늘 북한에서 가장 힘들게 사는 사람은 농민입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조사에 의하면 농장원은 북한에서 제일 어렵게 사는 계층 1순위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로 인한 자체 국경 봉쇄로 비료, 비닐박막, 농기계 등 농자재 값이 치솟고 생필품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국가 통제로 식량 가격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농민들의 생계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농민들이 잘 살 수 있게 하자면 반강제적인 알곡수매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생산가도 되지 않는, 낮은 값으로 설정된 알곡수매가격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알곡수매량을 현실적 상황에 맞게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상황을 개선하여 강제적인 알곡수매제를 철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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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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