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추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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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12월 초 까지만 해도 예년에 없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올해는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희망을 가졌는데 엊그제부터 갑자기 강추위가 들이 닥쳤습니다. 서울 아침기온이 영하 15도,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습니다. 북한은 남한보다 더 추운 곳입니다. 평양기온은 서울보다 보통 2도 더 낮고 양강도 함경북도 등 내륙지방은 영하 25~30도를 오르내리는 곳이 많습니다. 이번 추위에도 아침기온 영하 25도 넘는 지역이 적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면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난방입니다. 세계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난방비가 다 올랐습니다. 특히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의 북동부에서는 집이 파괴되고 전력·수도·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야외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등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천연가스와 결별하면서 가스사용을 15%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 온도를 예년에 비해 3도 더 낮게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일드프랑스(Ile-de-France) 지역 학교들은 15~16도로 난방을 하고 있다는 뉴스도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뉴스를 보면서 ‘그래도 북한보다는 낫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은 전쟁시기도 아니지만 전기를 전혀 쓰지 못하고 수도가 안 나와 강물이나 우물물을 길어 먹는 지역이 너무도 많습니다. 올해는 석탄 가격이 예년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돈이 없어 월동용 석탄을 넉넉히 마련하지 못한 가정들이 많습니다. 거기다 산림보호 정책이 강화되면서 산에서 땔감을 마련하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대학교에서는 거의 난방을 못해서 입김이 서리는 강의실에서 강의 받는 상황이 수십 년 째 지속되고 있고 소학교, 고급중학교 교실도 냉기가 도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유럽국가와는 대비조차 안 되고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 상황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국가와 달리 추위에 떠는 주민들과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뉴스조차 없습니다.

북한은 에너지가 매우 부족한 국가입니다. 북한에는 석탄과 수력자원이 풍부하지만 자체 생산으로 공장가동을 하며 주민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생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외국에서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을 수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석탄을 수출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석탄수출량이 줄었지만 2010년대 들어와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석탄 수출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중국에 전기도 수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에게 에너지를 충분하게 공급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석탄도 거의 나지 않고 석유도 없습니다. 수력자원도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에너지원천을 거의 대부분 수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북한에 비해 25배, 전력생산량은 21배입니다. 남한에서는 석탄, 석유, 가스, 태양열 등 다양한 자원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데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11.7%가 됩니다.

북한당국은 핵무기 기술이 세계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랑합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자금과 노력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면 국가경제발전과 주민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겨울에 들어서면서 추위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민들을 들볶아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쌀 판매도 금지하고 개인들의 편의봉사시설운영도 통제하고 있고 국경지역에서는 야간 통행금지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있어서 올해 겨울은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시린,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